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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Sep 24. 2024

쾌락을 넘어서   

 쾌락을 넘어서       


 어째서 외곬의 금욕 속엔 쾌락이

 도사리고 있는지,

 나의 뿌리, 죽음으로부터 올라온

 관능의 수액으로 너를 감싸 적시며

 나 일어나

 네게 가르쳐줄게.      


 - 최승자, <누군지 모를 너를 위하여> 부분             



 시인은 ‘누군지 모를 너를 위하여’ 인생의 비밀을 가르쳐 준다. ‘외곬의 금욕 속엔 쾌락이/ 도사리고 있는지,’      

 금욕과 쾌락은 하나다. 이 둘의 근원인 ‘관능의 수액’은 ‘죽음’으로부터 올라온다. 인간의 성은 죽음을 넘어서려는 영생의 힘이다.      


 모든 남성의 뮤즈 황진이는 당대 최고의 유학자 화담 서경덕의 제자가 된다. 낮에는 제자의 본분을 지키고, 밤에는 노골적으로 유혹했다.     


 하지만, 화담은 그런 황진이의 유혹에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며 단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      


 화담도 평소에 자신 안에서 솟아올라오는 성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부하지 않고 ‘관능의 수액’을 온몸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죽음으로부터 올라온 수액은 화담의 깊은 내면에서 생(生)의 찬란한 에너지로 변화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성욕 없이 황진이를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 내면의 자기(自己, Self)는 삼라만상과 하나이니까. 화담은 천지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노닐게 되었을 것이다.         


 말초적 쾌락과 깊은 내면에서 솟아올라오는 블리스(bliss, 더없는 기쁨), 화담은 어느 것을 선택할까?      


 우리의 깊은 내면에는 쾌락의 강보다 한없이 넓디넓은 블리스의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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