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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Sep 25. 2024

여성에 관하여   

 여성에 관하여     


 여자들은 저마다의 몸속에 하나씩의 무덤을 갖고 있다. 

 죽음과 탄생이 땀 흘리는 곳, 

 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 

 영원히 눈먼 항구.      


 - 최승자, <여성에 관하여> 부분            



 오래전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술집에 갔다. 여자들이 옆에서 술 시중을 들어 주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무르익으니, 한 쌍씩 차례차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 차례가 되었나 보다. 동창생들이 내게 눈을 끔벅거렸다. 나도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자와 문을 나와 다른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자가 옷을 벗고 누웠다. ‘헉!’ 나는 놀랐다. 이럴 거라는 것은 예감했지만, 그때까지 이런 곳에서 성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20대로 보이는 여성의 발가벗은 몸, 여자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성병이 두려웠다.     


 “죄송합니다. 그냥 갈게요.” 나는 그녀에게 사죄하고 방을 나왔다. 그녀의 하얀 몸이 눈앞에 선명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는 말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신(神)의 현현(顯現)에 다름 아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면, 슬프디슬픈 몸이다.      


 이제 나이 들어 여성과 대지(大地)가 하나임을 본다. ‘죽음과 탄생이 땀 흘리는 곳,/ 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 영원히 눈먼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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