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벚꽃보다 어지럽던
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
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있나
- 전윤호, <샘> 부분
가끔 아내와 엄마가 겹칠 때가 있다. 아침에 부엌을 드나드는 아내의 발걸음 소리, 식탁에 그릇 놓는 소리, 수저 놓는 소리….
“자기야, 밥 먹으러 와.” 나는 아이처럼 밖으로 뛰쳐나간다. 너스레를 떤다. “밥 먹으라고?” 그러면 아내는 “응.” 한다.
밤에 누워있는 아내의 몸에 기대어 누우면, 엄마의 향취가 나는 것 같다. 문득 오래전에 읽은 시 구절 하나가 떠오른다.
‘남자는 어른이 된 적이 없나니.’ 남자로 살아가면서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60을 넘은 남자들이 ‘엄마’라는 말을 할 때, 경이롭다. 남자에겐 엄마가 있어야 하는구나!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는 만물을 먹이는 식모(食母)를 귀히 여긴다.’ 식모는 모든 생명체를 먹여 살리는 천지자연일 것이다.
또한, 천지자연을 대표하는 엄마일 것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엄마를 귀히 여겨왔다. 원시인들의 엄마는 대지모신(大地母神)이었다.
그럼 현대의 부계사회에서는 엄마는 어디로 갔을까? 남자들은 아내에게서 엄마를 본다. 엄마는 남자의 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