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와 요약 그리고 습관

나만의 독서 습관에 대하여

by 민쌤

메모하고 요약하는 습관에 대하여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책장을 넘기고는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곤 했습니다.


독서가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그런 순간이 더 자주 찾아왔고, 그때부터 독서가 조금씩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다시 나에게 집중된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제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필사였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문장을 한 줄 한 줄 따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렇게 170일 넘게 필사를 이어오면서, 그 시간은 저에게 깊은 몰입과 정리의 기회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독서를 할 때마다 매번 필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필사 외에도 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의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2줄 문장 요약하기와 메모하기였습니다. 이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노트와 펜을 골라 가방에 챙겨 다니며 나름대로 습관을 들여보려 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공들여 정리해 둔 노트를 잃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메모와 요약정리는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정보를 내 안에서 다시 정리하고 생각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다시 써보고 생각해 보는 일. 이 과정을 통해 읽은 문장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제 삶에 스며드는 경험이 됩니다.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우리는 많은 책을 읽기보다, 읽은 책을 곱씹을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생각 없이 지나치는 독서보다, 한 문장을 오래 곱씹으며 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찍이 강조한 것입니다. 요약과 메모는 그 ‘곱씹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흐릿해지지만, 한 줄로 남긴 메모는 다시 나 자신을 일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며칠을 놓치더라도 다시 펜을 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반복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작은 습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짧은 메모한 줄, 간단한 요약 한 문장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 우리는 분명 더 깊고 단단한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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