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한 무료함을 이기는 방법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

by 민쌤

독서에 대한 무료함을 이기는 방법

_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



몇 년 동안 책을 읽고, 여러 독서 모임에 참여했지만,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책장을 덮고 나면 금세 내용이 잊혔고, 어떤 순간에는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분명 책을 읽고 있고, 독서라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데도, 뭔가 본질적인 변화나 깨달음은 느껴지지 못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즐거움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 시간이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루함이 밀려왔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책 속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제대로 남는 것도 없었다. 그저 의무처럼 페이지를 넘기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그 궁금증 하나로 펜을 들었고, 그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필사를 시작했다. 어떤 날은 손이 아프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시간이 없어 겨우 몇 줄만 쓰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했다. 그렇게 필사를 시작한 지 지금으로 벌써 140일, 네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물론 지금도 필사한 책의 문장을 전부 외우고 있지는 않다.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거나 기억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히 책을 단순히 읽기만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낀다. 문장을 한 글자씩 옮겨 적는 과정에서,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던 구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문장들과 나의 삶을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고, 그 생각이 다시 글이 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필사를 했을 뿐인데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나의 사고는 보다 선명해졌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기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또 생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필사를 통해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만남이 나를 한 걸음 더 성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혹시라도 당신이 요즘 무기력하고, 지루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펜을 들고 필사를 시작해보라고. 시집이든, 노래 가사든, 만화책이든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것은 ‘쓰는 행위’ 자체다. 필사를 통해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흐려진 감각들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변화하는 당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필사는 단지 글을 옮겨 적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자신과 마주하고, 자기 안의 소리를 다시 듣는 과정이다. 아무리 작은 문장이라도 반복해서 쓰다 보면 어느새 그 문장이 내 것이 되고, 삶에 작은 방향이 되어준다. 그러니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보자. 그 꾸준함이 결국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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