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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Sep 24. 2023

역사와 환경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다

15th DMZ Docs 한국경쟁 3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섹션의 <책의 목소리> <포수> <푸른 하늘의 비밀>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인 역사와 환경을 통해 공동체가 성찰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는 작품들이다.


<책의 목소리>(2023, 권수연)는 책의 형태와 독서의 방식을 활용하여 저항의 역사를 이끌었던 1970년대 홍콩의 아방가르드 서점과 1980년 광주 녹두서점의 기억을 소환한다.

18분의 러닝타임 중 10분 정도는 책 넘기는 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작품의 대부분을 이미지와 텍스트로 채운다.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침묵을 지켰던 목소리들이 이윽고 터져 나온다. 개인적으로 어떤 실험영화들보다 파격적인 방식을 취한 작품이라 느껴졌다. 소리 없이 화면을 온전히 집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청각적인 요소가 영화를 보고 이해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포수>(2022, 양지훈)는 4·3사건을 겪은 이의 증언을 담은 작품으로, 4·3사건을 겪은 할아버지의 증언을 듣기 위해 찾아간 손자 지훈, 적적한 할아버지를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서옥. 둘의 동상이몽 속에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술상을 준비하고, 함께 대화하며 4·3 사건에 대한 역사적 경험을 듣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할아버지와 손자, 친밀한 관계라 가능했던 것도 있겠지만 이러한 방식을 택했기에 툭툭 튀어나오는 아픈 기억이 자연스레 시대의 비극을 느끼게 하였다. 그 사건으로 가족을 잃었지만, 살기 위해 토벌대에 들어가야 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총을 들었던 할아버지 서옥, 카메라를 든 손자 지훈. 이 둘의 이야기라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 제목을 <포수(The Shooters)>로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푸른 하늘의 비밀>(2023, 유최늘샘)은 훼손된 통영 바다를 살리기 위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은 총 3장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장은 지역 주민이 쓰레기섬을 정화하는 모습을 담고 있고 2장은 폐어구들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3장은 훼손된 바다를 살리는 일은 다른 누구의 일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전한다. 푸르고 아름다운 통영 바다, 우리가 보지 못한 이면에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통영은 국립공원 지역으로, 특별도서(島嶼)로 지정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해양오염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수면 아래 가득한 폐어구들을 보고 있자니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것 같아 씁쓸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이 현실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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