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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Nov 23. 2021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KBS 드라마스페셜 <딱밤 한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 리뷰

<희수>, <통증의 풍경>, <사이렌>에 이어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딱밤 한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은 딱밤 한 대로 인해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자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이다.

<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 제목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딱밤과 이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속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작품이 궁금해졌다. 이 작품은 2020 KBS 단막극 극본 공모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끌리는 제목이 수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인가요?’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축구 경기를 함께 보던 진(신예은)과 민재(강태오)는 경기 성적을 두고 딱밤 내기를 한다. 민재가 응원하는 레알 마드리드가 골을 넣자, 민재는 기다렸다는 듯이 진의 이마에 딱밤을 때린다. 진은 그 순간, 둘의 관계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계라는 것을. 여기까지만 보았을 때, 누군가는 고작 딱밤 한 대 가지고 그러냐며 핀잔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은 학생의 질문에서부터였다. 수연이 남자친구와의 문제를 진에게 털어놓다 “쌤은 어때요? 남친이 소중하게 여겨줘요?”라고 묻는데, 진은 수연의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주저하다 “적어도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진은 민재의 딱밤으로 인해 자신이 왜 수연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는지 그제야 깨닫게 된다. 소중함이 사라진, 사랑을 함부로 여기는 관계를 끝내기 위해 진은 민재에게 이별을 얘기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행동 하나에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둘의 관계가 일상이 되면서 조심성은 사라지고 경솔해진다.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이가 이를 얘기하면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예민하게 군다”고들 한다. 드라마 속 민재도 진의 이별 선언에 “너 설마 딱밤 때문에 그래?”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 관계의 균열은 대단히 극적인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진과 민재의 관계를 통해 얘기한다. 이는 단순히 사랑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누군가에게 상처 받았던 순간이 떠올랐고, 또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 주었던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하였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 서로의 교감이 없는 관계는 외로움이라는 고통만을 남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평면적인 남성 캐릭터와 흐려지는 메시지     


70분이라는 한정된 러닝타임으로 인해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이다. 관계의 소중함이라는 주제를 전하기 위해 진의 감정에 집중한다. 켜켜이 쌓아올린 감정선은 진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진의 상대역인 민재와 동료 교사이자 진을 짝사랑하는 원빈(홍경)은 ‘자기중심적이고 일방적인 남자’,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수한 남자’로 대비시키고, 인물의 성격은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결국 민재와의 이별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원빈과 이어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매듭지어진다. 


관계에 대한 고찰로 시작해, 어느 한 사람이 희생하고, 끌려가는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얘기하다 “너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사람 만나” 엄마의 조언처럼 끝맺는 게 아쉽다. 어느 한 관계가 끝나고, 또 다른 관계로 이어져야만 했을까? 동전의 양면처럼 사람 역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민재가 진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3년이란 시간을 지탱할 수 있었던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러한 이야기들은 생략하고, 민재를 단순히 나쁜 남자라는 틀에 가두어야 했을까라는 질문이 함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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