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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언 Feb 15. 2023

베트남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 만들기

비논 카카오 파크(Binon Cacao Park), 바리아 붕따우

호치민에 살면서 베트남이 커피 생산량 세계2위, 초콜릿 재료인 카카오 아시아 생산량 1위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봉지 커피나 초콜릿을 살 때 원산지가 베트남인 걸 확인하면 반갑고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베트남 마음의 고향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 nordwood, 출처 Unsplash

우리 집 아이들도 초콜릿을 좋아한다. 첫째는 36개월이 되기 전엔 금지된 음식이었지만, 그 후엔 아빠가 출장길에 면세점에서 사 오는 킨더초콜릿으로 초콜릿에 입문했다. 자라면서 로날드 달의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읽고, 팀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은 보고 또 봤다. 그렇게 초콜릿 세계에 흠뻑 빠졌다. 둘째는 말할 것도 없이 둘째다웠다. 형 입에 들어가는 초콜릿을 낚아채 입에 넣으면서부터 초콜릿 사랑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다이어트한다며 말로는 자제 중이다.


그런 첫째가 학교에서 아즈텍 문명과 함께 카카오열매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카카오 열매를 교실로 가져와 보여주고, 카카오파우더로 직접 초콜릿을 만들고,  포장지 디자인까지 하는 것이 수업이었다. 당연히 첫째는 그 수업에 꽂혔다. 이제 초콜릿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며 주방에서 있는 재료, 없는 재료를 꺼내 본인만의 레시피로 정체불명의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초토화된 주방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지만, 즐거워하는 것이 눈에 보여 막을 수도 없었다. 실컷 하고 나면 잠잠해지겠지라는 마음이었다.


호치민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곳은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다. 메종마로우(Maison Marou) 매장에 가면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초콜릿과 크라상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오디엔에 메종마로우가 생겼다는 소식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역시나 창문 있는 자리에 앉아 넋을 잃고 지켜봤다.

출처: 메종마로우(https://maisonmarou.com/)


잘 익은 카카오열매와 초콜릿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아시아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카카오 농장과 초콜릿 공장이 베트남 남부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알루비아 초콜릿(Alluvia Chocolate)과 비논초콜릿(Binon Chocolate)은 모두 호치민 근교에 카카오 농장과 초콜릿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투어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한번 다녀오면 좋겠다 싶어서 구글맵에 별 표시를 해두었다.  


그리고 토요한글학교가 쉬던 어느 토요일, 아빠가 회사 차를 빌려줘서 아이들과 비논 카카오 파크에 방문하게 되었다. 호치민에서 1시간 35분 거리, 단체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호치민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들었지만 갑작스레 잡힌 일정이라 차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1시간 35분이면 아주 먼 거리는 아니지만, 차에 가만히 앉아 있기엔 무료할 시간이었다. 더구나 토요일 오전이라 외곽으로 나가는 길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바람에 2시간 넘게 걸려서 공원에 도착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아이들은 큐브를 흩트렸다가 다시 맞추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없이 펼쳐 저 있는 고무나무숲을 지나는 동안 이 길 너머 과연 초콜릿 공원이 있긴 한 걸까 궁금해질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비논 카카오 파크는 기대 이상이었다. 2시간이나 걸려서 왔는데 애들이 심심하다고 돌아 가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탁 트인 넓은 호수와 주변을 둘러싼 커다란 나무 숲은 차 안에 갇혀 있던 답답함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초콜릿 공장이 아니더라도 바람 쐬러 올만한 가치게 있겠다 싶었다. 비논은 일본어로 청정농업(아름다운美 [bi] + 농업農 [non])을 의미한다고 한다. 2017년부터 청정농업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구성하고 개발해 고품질의 카카오 제품을 생산하며 농업관광지로 개발했다고 한다.  이름에서도 느껴지지만 비논이나 메종마로우 등 베트남의 카카오 브랜드는 프랑스나 일본의 자본이 들어간 곳이 많은 것 같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우리는 호수 옆 카페테리아에서 카카오음료, 크레페 등을 주문해서 배를 채우고, 초콜릿 만들기 체험 클래스를 신청했다.(체험료: 1인당 20만 동). 초콜릿 만들기 체험은 녹아있는 초콜릿을 틀에 붓고, 화이트초콜릿과 뿌링클? 장식으로 예쁘게 장식하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직접 초콜릿을 예쁘게 꾸미고, 만든 초콜릿을 가져갈 수 있어서 20만 동의 가치는 충분할 듯했다.
                                

차 안에서 갑갑했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우리는 호수 옆 카페테리아에서 카카오음료, 크레페 등을 주문해서 배를 채우고 초콜릿 만들기 체험 클래스를 신청했다.(체험료: 1인당 20만 동). 초콜릿 만들기 체험은 녹아있는 초콜릿을 틀에 붓고, 화이트초콜릿과 토핑으로 예쁘게 장식하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아이들은 금방 집중했다. 직접 초콜릿을 예쁘게 꾸미고, 만든 초콜릿을 가져갈 수 있어서 20만 동의 가치는 충분했다.


아이들이 만든 초콜릿과 실제 자주(JAJU)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논 카카오 제품들


아이들이 초콜릿을 만드는 동안 엄마들은 여러 가지 카카오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다크초콜릿부터 밀크초콜릿, 카카오 그래뉼라, 카카오 와인 등 카카오로 만든 제품들이 예쁘게 전시되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너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공간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비논 카카오 파크 투어 프로그램를 를 신청하면 카카오농장부터 초콜릿공장에서 초콜릿 제조 공정, 초콜릿 만들기까지 체험할 수 있다

출처: 비논카카오파크 페이스북

예쁘게 꾸민 초콜릿을 냉동고에 넣어두고 딱딱해지길 기다리는 20분 동안 숲과 주변을 산책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풍경 자체를 즐길 수 있던 시간이어서 좋았다. 초콜릿 만들기 체험 수업 외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지루해할까 봐 걱정했지만, 3시간 동안 불평불만 없이 아이들이 잘 놀아줘서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초콜릿이 굳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주변을 탐색했다


넓은 공원을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이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금새 골아떨어졌다. 다시 호치민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 시간,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어느새 토요일이 훌쩍 지나갔다. 비논 카카오 파크를 다녀왔다고 페이스북에 올리니, 베트남 친구가 자기들은 알루비아 카카오농장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 친구가 올린 사진을 보니 알루비아 투어 프로그램은 더 현지인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언어의 한계가 있다보니, 깊이있게 프로그램을 체험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친구와는 다음 번에는 미리 약속하고 다 같이 가자고 했다. 같이 가면 분명히 더 즐거울 테니까. 



<참고>

- 알루비아 카카오 농장&초콜릿공장(Alluvia Cocoa Farm Chocolate Factory) 투어 프로그램

https://www.alluviachocolate.com/cocoa-farm-tour-mekong-delta/

- 비논카카오파크(Binon Cacao Park)

비논카카오파크 투어프로그램은 공식 페이스북이나 KKday앱을 통해 예약 가능

https://goo.gl/maps/vVBXhVotDyhGwTJw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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