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vs 오토바이
한국에서 울부짖는 아이를 겨우 카시트에 적응시켜 놨더니, 베트남에 오자마자 카시트에서 해방이라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아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우선 아이들용 안전벨트를 구입했다. 다행히 통학용 스쿨버스에선 도우미가 있어 안전벨트 착용을 확인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베트남에서 지내는 동안 다. 행. 히도 카시트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카시트가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자차였다면 나는 끝까지 카시트를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다.
어차피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떼 때문이라도 자동차나 버스가 난폭운전(?)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카시트는 결국 포기했다. 당시 아이들의 나이는 5세, 3세였다. 카시트가 필요한 나이였다. 만약 회사차가 아니라 자차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베트남으로 올 때 카시트를 들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오기 전에 카시트를 처분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자차가 있는 곧 출산예정인 지인에게 깨끗하게 소독한 카시트를 선물로 주었다.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오토바이는 단순히 이동수단일 뿐 아니라 생존수단이다. 이동도 하지만 때론 그 위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는다. 길가에 주차한 오토바이 위에서 낮잠을 자는 현지인이나 밥을 먹는 현지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오토바이 떼 때문에 자동차 운전이 쉽지 않다고 앞에서 언급했지만, 정작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오토바이운전자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태우고 다닐까? 아직 잡는 힘이 약한 유아를 태우고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다. 카시트도 없고, 안전벨트도 없는데 잘도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베트남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대담함은 놀랍기만 하다. 오토바이가 주 이용수단인 현지인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태우고 다닐까?
주재원 생활을 끝내고 더 이상 회사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우리는 오토바이를 우리의 주 이동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나는 오전에는 남편과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하고, 오후에 그 오토바이를 타고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야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베트남 현지인들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해서 자세히 살펴본 오토바이의 안전수단은 하이체어와 안전벨트였다. 물론 당연하게 아이들도 헬맷은 쓴다. 우리도 헬맷부터 구입했다. 더불어 자동차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기 때문에 낮잠 자는 아이들을 위해 오토바이 운전석에는 쿠션을 올려 두어, 잠이 들면 기댈 수 있게 하였다.
어떤 자세로 타도 아이를 태우고 가는 것은 위험해 보이는데, 운전석 앞쪽에 하이체어를 두는 것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이 보기에 놀랍고 위험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세상에, 앞자리에 베이비 의자가 있어!라고 감탄 or 경악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아기띠와 비슷한 모양새이다. 다만 앞이 아니라 뒷좌석에 태운 아이를 운전석에 있는 어른과 묶어 주는 기능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아이의 손이 자유로워 보였다.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을 때,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게 불안하고, 스스로가 못 미더운 면이 있어서 라자다에서 오토바이용 안전벨트라고 되어 있는 이 제품을 구입해 보았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 작아서 착용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뭐가 되었는지 보는 입장에선 위험천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싶다. 얼마 전부터 호치민에도 전철 운행이 시작되었다. 버스도 예전보단 깨끗하다고 하니, 위험한 오토바이보다는 대중교통을 더 활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