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너희들을 위해서라면

by 김다윗

감사하게도 아도니아는 점차 병에서 놓임을 받고 있었고 마리아는 거듭된 아빠의 설득 끝에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그렇게도 아빠가 포기하지 않고 거듭거듭 마리아를 설득한 것은 사랑하는 딸의 인생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그녀의 인생이 눈물과 환희의 트로피로 가득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마리아를 아끼시는 큰 아빠가 마리아를 위해 선수용 골프채 세트를 선물해 주셨다.


다시 골프채를 잡은 마리아의 집념은 무서웠다. 마리아는 연습시간 확보를 위해 다니던 인문계고등학교를 자퇴를 하고 정들었던 친구들과 눈물을 훔치며 이별을 했다. 그리고 선수등록을 위해 필요한 학적을 위해 방송통신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집부근 골프장을 다니며


얼마 전 어릴 때 동네 아파트 상가의 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웠던 젊디 젊은 임윤찬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세계적인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놀라운 성적으로 입상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었지만 다시 골프채를 잡은 두 딸은 그래봐야 기껏 집 부근의 골프연습장에서 하루 한두 시간 연습하는 것이 다였다. 우리 형편에 나인홀만 있는 인근의 퍼블릭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아이당 일 년에 1억은 있어야 골프선수로 뒷바라지를 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한 골프연습장 사장님은 프로가 되기 위해선 지금의 골프연습장을 떠나서 적어도 수도권의 골프 아카데미를 수년간을 다녀야 한다고 했다. 평생 전셋집도 살아본 적이 없었던, 흥부네 집처럼 아이들만 많은 월세가족이 바로 우리가 아니었던가.

현실은 어김없이 다가오는 겨울처럼 냉혹했다. 나는 남들처럼 정규적인 수입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간 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괜찮은 인세가 통장에 들어올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잠자코 때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 수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지출들이 가만있질 않았다. 간혹 강의료가 들어올라치면 없어도 될 줄 알았던 필요들이 고개를 들었다. 식구가 많으니 생일도 자주 돌아왔고 아이들은 왜 그리 에버랜드를 좋아라 하는지,

하기야 놀이기구라곤 무서워서 타지도 못하는 나 자신도 아이들을 이끌고 이리저리 여행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아내 역시 내일을 염려하는 것을 생전 해보지 않았던 사람처럼 오늘의 행복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하여 그저 생기는 만큼 지출했고 없으면 참았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도 그날그날을 소중히 살았다. 내일을 예비하기엔 오늘이 늘 빠듯했고 그래서 늘 한 날 한 날을 살았다. 아내는 한 번도 그러한 삶에 불평함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런 가장인 나를 응원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하나씩 하나씩, 그게 골프다


골프는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는 축구처럼 타이머를 눌러놓고 22명의 선수가 달려들어 하나의 공을 가지고 오른발로 차고 왼발로 빼앗고 머리로도 들이받으며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한꺼번에 달려들어 끝을 보는 경기가 아니다. 탁구나 테니스처럼 상대가 보내는 날카로운 공을 더 날카롭게 받아치는 것도 아니다. 골프는 가만히 있는 자기 공을 자기가 준비되었을 때 치는 경기다. 한 홀씩 한 홀씩 시작해서 열여덟 홀까지, 그것도 나흘이나 하는 경기이다. 한 번의 스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세 번이나 네 번, 다섯 번, 그것도 안되면 될 때까지 자신의 루틴으로 한 홀씩을 끝내는 경기이다. 골프백에 공이 가득 있지만 당구처럼 한꺼번에 여러 개의 색색깔의 공을 흩어놓고 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공을 하나씩만 가지고 라운딩을 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우리는 되는대로 하나씩 하니씩 하기로 했다.


연습장에서나마 두 딸들은 열심히 공을 쳤다. 코치도 없는 우리의 연습장에는 겨울이 오고 있었다. 언 손을 호호 불며 차디찬 골프채로 스윙하는 딸들을 지켜보며 이것이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곳이 어딘지는 모를 뿐, 길은 있다


겨울은 오고 있고 우리는 추위를 피할 연습장소가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소식을 접했다. 그곳의 어느 지역에 폭풍이 몰아쳐 집이 무너지고 사상자가 생겼고 아이들이 부모를 잃었다는 소식이었다. 우선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작은 돈이나마 보내려 페친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다 그곳은 지금 여름이고 골프장이 있으며 작은 경비로 마음껏 라운딩을 할 수 있으며 연습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이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라면,

아무리 멀어도 우리가 가봐야 할 곳이 아닐까,

우리의 겨울을 날 곳이 그곳이 아닐까.

골프채를 메고 말이다.


가자,

딸들아! 마다가스카르로,

가보자, 딸들아! 그곳이 어딘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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