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별거 아닌 문제였어
그건 별거 아닌 문제였어
초등학교 내내 한 번도 끊지 않고 쭉 구몬을 했다.
엄마는 뭐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고 그리하여 나는 꾸준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절대
학습지 따위는 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웬걸, 수능 공부를 해야 할 고2 때
뜬금없이 일본어가 배우고 싶어졌고, 자진하여
일어 학습지를 시켜 달라는 말을 꺼냈다. 그렇게 시작한
학습지는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재밌었다.
더 하기 싫은 수능 공부 앞에서 학습지쯤은 비교적
즐겁게 느껴진 것이다.
얼마 전 그림책 작가 요시다케 신스케의
간담회에 갔을 때 누군가 작가에게
“전 겁이 너무 많은데,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작가는
“그럼 가장 두려운 것을 하나 떠올려 보고,
나머지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
나마 두려움이 덜할 거예요.”라는 재밌는 답을 내놓았다.
하기 싫은 일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수능 공부를 하느니 구몬을 풀겠어!’ 했던 것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요즘의 나는 하기 싫은
일이 생길 때마다 ‘회사 다닐 때, 그 일보다는 나은걸.’
하고 어떻게든 해 나가고 있다. 어쨌든 하기 싫은
일들은 죽을 때까지 계속 생길 테고, 그것들을
뜀틀 넘듯 극복해 나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닐까.
살다 보니 구몬 수학 문제는 문제도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뛰기 싫은 뜀틀이 있는데
옆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면, 더 높은
뜀틀을 떠올리며 단련한 마음으로
숨 한 번 크게 쉬고 훌쩍 뛰어넘어 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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