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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아 May 24. 2023

병원의 섭리 1

과의 특성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 잘 알지 않고서는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 없다”

Leonardo da Vinci


과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병원 내부 인력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제일 먼저 소개할 부서는 아무래도 간호부서이다. 병원에 따라 명칭이 간호국이 되기도 하고 간호부가 되기도 하는데 명칭에 따라 제일 높은 직급의 인물이 간호국장 또는 간호부장이 된다. 원래는 국장이 더 높은 위치다.

일반적인 회사의 간단한 직급은 사원-팀장-과장-부장-국장 순인데 간호 직군에서는 직위차순이 평간호사-책임간호사-수간호사-간호과장-간호부장-간호국장이 된다. 그러나 대학병원 몇 곳을 제외하고는 부장과 국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평간호사에서 책임간호사는 시간이 지나면 진급하는데 수간호사는 대학병원의 경우 석사학위가 있어야 진급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종합병원은 석사학위가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승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수간호사라는 직책이 병원 관리자에 한 발 다가가는 길이다 보니까 일반간호사일 때보다 의사와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고 회식이나 병동 직원 관리에 대한 여러 말들이 들려올 수 있다. 밑에서 치고, 위에서 쪼아댄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물론 책임 간호사는 병동 내에서 이런 고충을 겪을 수 있겠으나 수간호사는 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옆에서 직접 목격한 책임간호사 선생님들 중 몇몇은 부담감에 수간호사가 될 경력이 되었음에도 그 자리를 거절하기도 한다.

그 이후의 직급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운도 작용해야 승진이 가능하다. 더불어 간호부는 간호사에 더해 간호조무사의 인력관리도 병행한다.


약제과는 약제과장 밑으로 약무원을 두고 있다. 약사는 조제가 가능하지만, 약사 자격증이 없는 약무원의 경우 일반 물품관리 등의 일을 한다.

원무과는 그나마 일반 회사와 비슷한 직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이 평사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을 갖추면 유용하다고 한다.

심사과는 수납 업무를 주로 하는 부서인데 행정직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심사과장은 보험심사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심사과는 환자를 상대하는 일이 적고, 하는 일이 서류 및 컴퓨터 업무에 치중된다.

그 외에도 병원 시설을 책임지는 시설과, 전산 업무를 담당하는 전산실, 물리치료실 등이 존재한다.

병원에는 부서도 다양하게 나뉘어 있고, 더불어 환자의 진료를 위한 많은 과가 존재한다. 대학교 때 분명 배웠을 테지만 병원의 무수한 과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 몸소 와닿지 않는다. 의학 용어로도 과에 대한 것을 익히려 부단히 노력했겠지만 실제로 담당 과가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게 되면 과에 대한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관한 업무를 연관 지어 생각하고 의사와 협력해야 한다. 특히 대학병원 이하의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도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에 지시를 따라야 하는 부분이 있으며 일단 환자를 돌보는 처지에서 과의 특성을 아는 것은 필수이다.

이런 부분은 선배 간호사 선생님들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병원의 ‘과 특성’은 너무나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모든 과의 질병은 무수히 많지만, 이번 챕터를 통해 많은 간호사가 해당 과를 처음 들었을 때 그 “과가 어떤 특성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1. 내과(Internal Medicine)

간호사는 환자에서 파생된 학문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에서부터 접근해 보도록 하자. 내과 환자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혹은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는가? 감기 환자? 당뇨 환자? 고혈압 환자? 내시경실? 패혈증? 중환자실? 투석환자? 간장질환 환자? 모두 맞는 말이다. 다 내과 환자를 뜻한다. 그렇지만 환자들은 본래 질환에 더해 다른 과와 관련된 질환이 더 있을 수가 있어 병원에서는 메인 과를 일단 지정하고 협진을 통해 다른 질환을 보는 경우가 많다.

내과는 오장육부를 다루는 학문이다. 간장, 심장, 비장, 폐, 신장, 위, 식도, 큰창자, 작은창자, 쓸개, 방광, 호흡기계가 오장육부에 포함되는데 방광은 비뇨기과로 따로 나뉜다. 내과라고 해서 단순히 내과라고 생각하면 또 안 된다. 내과 안에서도 과가 수없이 갈라지는데, 예를 들자면 호흡기내과(Pulmonology), 소화기내과(Gastrointestinal), 순환기내과(Cardiology), 신장내과(Nephrology), 내분비내과(Endocrinology), 혈액종양내과(Hemato-oncology), 감염내과(Infection), 알레르기내과(Allergy), 류마티스 내과(Rheumatology)가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의사들도 자신하는 과목이 달라진다.

일례로 한 환자가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도중 심장이 두근거려서 심장 초음파를 진행해야 할 때, 담당의가 내과 의사이긴 하지만 검사는 순환기내과 전문의사가 진행하게 된다. 다른 예로 호흡기 질환 환자가 입원해 있다가 신장 질환이 악화되어 투석을 받게 되었을 때, 환자의 질병 중 어떤 것이 더 중점이 되는가를 판단하여 주치의가 신장내과 전문의사로 바뀌는 일도 있다.

대학병원은 내과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뉘어 아예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 등으로 지정하여 진료를 보는데 그 이하의 병원은 그냥 ‘내과’로 분류해 숫자로 구분하곤 한다. 그렇기에 간호사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숫자의 내과 의사가 어떤 종류의 장기에 특화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2. 외과

외과는 수술적 처치를 다루어서 파생되는 과가 많다. 외과라는 말의 정의 자체도 질병을 수술이나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의학 분야를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외과’라는 이름은 붙어있긴 하지만, 각각의 과의 특성이 뚜렷하게 다른 것이 외과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외과에는 수술이 겸해 있어 수술 후에 며칠 간격으로 소독해야 한다는 사실은 같다. 외과가 들어가는 환자는 소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① 일반외과(General Surgery)

이번에도 환자에서부터 출발해보려고 한다. 일반외과 환자는 어떤 환자들일까? 맹장염, 탈장, 치질, 갑상선 수술, 유방암 수술환자 등이 일반외과에 속한다. 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PICC, 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을 삽입해야 할 때 일반외과를 협진하는 경우가 있으니 기억해 놓는 것도 좋다. 암이 있는 환자는 항암치료가 들어갈 때도 있고, 케모포트를 넣었다 제거했다 해야 하는 특별한 처치도 있다.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의 외과 특성(어떤 질병이 있는 환자가 주로 오는지, 병원에서 광고하는 부분은 어떤 건지, 담당 외과의는 어떤 수술을 많이 하는지 등등)이 어떤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병원에서 다루는 질병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차차 쌓아나가면 된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

② 정형외과(Ortho Surgery, Osteosurgery)

정형외과 환자는 꽤나 심각하고 과격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대번에 “으…….”하는 반응을 내비치는 건 흔히 정형외과 환자를 마주했을 때이다. 정형외과 환자들을 정의하자면 팔다리뼈가 뒤틀린 사람들이다. 물론 뼈 외에도 인대, 근육, 관절 등을 다루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넓은 부위에 생긴 굳어버린 딱지를 절제하거나 할 때도 정형외과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정형외과는 무엇보다 붕대와의 싸움이다. 특히 정형외과 의사들은 붕대 감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까지 하는데 이게 진짜인 게 이제껏 봐 온 정형외과 의사 중 붕대 감는 것을 소홀히 하는 의사를 본 적이 없었고, 붕대를 대충 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심하면 화를 낸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풍채가 좋은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힘을 들여야 하는 수술이 많은 터라 그런 듯하다. 

③ 신경외과(Neuro Surgery)

신경외과가 없었다면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매일 허리 통증에 눈물지으셨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고질적인 질병이 되어버린 거북목, 허리디스크, 척추 측만증, 협착 등이 신경외과 적으로 다루는 질병에 속한다. 뼈를 다루는 것은 정형외과가 특화되어 있지만, 허리에는 수많은 신경이 지나다니기에 일단 허리 통증이 있다고 하면 신경외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신경외과는 원래 신경을 다루는 학문이라 신경 차단술이 깊게 관련되어 있고, 사실 기본적으로는 뇌 신경과 관련된 수술을 하는 이미지인데 현대에 들어와서는 허리에 좀 더 치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뇌 신경과 관련된 질병은 한평생을 봤을 때 발병될 때도 있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허리질환의 유병률은 100%이다. 그래서 좀 더 돈이 된다고 하여 신경외과 허리 전문을 공부하는 의사들이 더러 있다.

④ 심장혈관 흉부외과(Chest Surgery)

흉부는 갈비뼈, 심장, 폐 부위를 뜻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나는 흉부외과 의사를 제대로 봐본 적이 없다. 심지어 특수파트 경험이라곤 실습생 때 응급실에서 실습한 것이 전부이니 말 다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드라마에서 꽤 빈번하게 흉부외과 파트를 다루기에 오히려 다른 과를 상세히 구분 짓는 것보다 흉부외과가 어떤 곳인지는 정확히 아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흉부외과는 생명과 아주아주 밀접하고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과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돌봄이 들어가야 함은 분명하다. 중증도도 심하고, 무엇보다 흉부외과를 선택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증도 높은 수술을 제외한 비교적 경한 흉부파트 질병을 다른 과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 단순 갈비뼈 골절은 일반외과에서 치료하는 사례가 많고, 순환기 내과에서 심장 스탠트 삽입술 같은 시술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치료하기도 한다.

⑤ 성형외과(Plastic Surgery)

성형외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환자들이 있는지 알 텐데 미용 목적이 아닌 질병 치료의 목적에서 접근했을 때 피부이식이 필요한 화상 환자나 안면 골절 환자, 얼굴에 난 상처를 세밀하게 꿰매야 하는 환자 등이 있다. 성형외과는 상처를 정말 세밀하게, 흉터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꿰매주는데 보면 진짜 신기할 정도이다.


3. 신경과(Neurology)

특정 과를 들으면 연관 지어지는 질병이 여러 가지이지만 신경과는 한 가지 질병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바로 ‘두통’이다. 신경과는 신경외과와 함께 신경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렇지만 둘의 차이는 수술적 치료가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않느냐에 있다. 만약 두통 환자가 뇌 쪽으로 문제가 생겨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신경외과에서 치료받게 되고, 약물로 조절이 가능한 상태라면 신경과에서 진료받게 된다. 신경과에서 약물 조절해 보았음에도 차도가 없는 경우에는 신경외과로 넘겨 새로운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신경외과에서 무조건 수술만 하는 것도 아니다. 뇌압이 상승한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수술적인 치료도 고려해야 하지만 압력이 그리 높지 않다면 주사제로 치료한다.

신경과는 두통 외에도 간질, 뇌졸중, 뇌경색, 뇌종양과 같은 진단에 더해 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슨 질환을 다루기도 한다. 신경외과는 뇌 쪽 신경에 치중하는 느낌이라면 신경과는 몸 전체의 신경을 보는 듯하다. 다리 근육이 불수의적으로 떨린다거나 얼굴 통증을 유발하는 삼차신경통, 나아가 뇌전증까지도 신경과에서 치료한다.


4. 정신건강의학과(Neuro Psychiatry)

정신건강의학과는 현대에 들어서 정신과적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더욱 넓어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인생을 살면서 개인이 정신과적 증상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울, 불안, 분노, 파괴적 행위, 중독 등이 정신과적 증상에 해당하는데 이런 감정이 들 때 무조건 정신과를 방문해야 하느냐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정신질환은 정신과적 증상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범람한 상태인데 인간은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회복하기 어려운 특수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이겨낼 힘이 부족할 때 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조현병이나 분노조절장애, 망상장애 등 흔히 정신과 환자라고 말하면 앞서 언급한 진단을 떠올리며 편견을 갖기 쉬운데 간호사는 누구보다 평등한 시선을 가지고 평등하게 환자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편견이 들더라도 그 시선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정신과 질환이 아닌 다른 질병이 있는 환자라도 그 질병을 앓게 됨으로써 당사자는 상당한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을 것이기에 환자가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갖추었으면 싶다. 실제로 심각한 질병에 걸려 우울감이 심할 때 정신과 협진을 진행하는 때가 종종 있다.

간결한 공감과 경청의 자세는 환자에게 평온을 주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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