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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아 May 31. 2023

당신에 관하여

자신의 이전 모습과 현재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보다 용감하고, 강하며, 똑똑하다”

Alan Alexander Milne



간호의 영역은 내과적, 외과적인 영역도 존재하지만, 정신적인 영역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실상 임상에서 정신과를 제외한 일반 환자에게 정신적인 간호를 펼치기란 쉽지 않다. 바쁜 일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돌보는 처지인 간호사의 정신건강이 제대로 챙겨지지 않으니 베풀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할 줄 안다고. 정신적인 간호 또한 그것을 갖출 여유가 있는 사람이 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간호사의 입장에서는 환자를 돌보느라 자신을 제대로 챙기기가 어렵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간호사가 질병을 앓고 있다. 대부분은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인데 기초적인 복통에서 시작해 발전하면 암 진단을 받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 정신과 약을 복용할 정도이다.

3교대라는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무자비한 생활패턴과 심각한 일의 강도에 더해 특유의 태움 문화까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간호사가 병을 앓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선 퇴사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해결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간호사를 위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해 봐야 한다.


모든 간호사가 행복하길 바란다. 괴롭지 않기를 바란다. 먼저 자기 자신을 돌보기를 기도한다. 서로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욕하고, 분리되는 걸까. 너무나도 안타깝다.

여러 매체에서 많이 강조해 왔던 말이지만, 사회에 발을 딛고 서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형제이며 부모이기도 하다. 각자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병원에 입사하여 병동에 배정되기까지 나름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왔다. 누구나 처음이 있었고, 서툰 때가 있었을 텐데 모두 여유가 없어 기다림과 참음이 없이 인생을 후다닥 살아가고 있다. 병원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느냐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은 일을 시작하고 어느새 연차가 쌓여 정신없이 일을 반복하는 나를 내려놓고, “이전의 본인과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1.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앎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번 편은 오로지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싶다.

종이를 꺼내어, 혹은 휴대폰을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떠는 것이 좋을 수 있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실컷 노래를 부르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써 내려가다 보면 목록이 많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적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지 말고 본인에게 집중해 보자. 내가 기뻐하는 것,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는 것, 행복한 것들을 나열해 보자. 나는 이럴 때 좋았어. 나는 이럴 때 행복했어. 하는 것들을 알게 된다면 내가 행복해지는 매우 쉬운 방법을 하나 터득한 것이다. 아주 대단한 발견이다.


2.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

내가 좋아하는 것이 꼭 내가 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은 특정한 취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림, 가창, 청소나 게임 같은 창조적인 특기가 될 수도 있지만, 꼼꼼함이나 리더십 같은 성격 또한 장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개발시켜 보도록 하자. 굳이 노력하지 않고도 잘하는 일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잘하는 일을 몇 번이고 잘 해내는 경험이 생긴다면 자존감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생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이 두 가지 요소는 어느 순간에나 꼭 필요한 것들인데 이 두 가지를 갖추냐 갖추지 않느냐에 따라 일의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근거 없는 막연한 자신감은 문제가 되겠지만, 누군가가 일을 할 때 자신감 없이 수행한다면 그것도 불안하다. 또한 자신감이 있으면 어떤 일을 시도하는 데 주저가 없다. 만약 당신이 꼭 하고자 하는 일이 있는데 용기가 부족하여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지나가 버린다.

물론 모든 도전은 심사숙고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무모한 도전은 되도록 지양해야겠지만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조차도 처음부터 좌절된다면 추후에 성공할 가능성을 그냥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도 결국엔 습관 만들기와 비슷할 텐데 성공의 습관을 만드는 것도 애초에 시도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테다. 시도하지 않는 사람에게 성공이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

간호사에게 있어서 (사실 어떤 직업을 가진 이에게도 마찬가지이고 통용되는 이야기겠지만) 성공의 빈도는 아주 중요하다. 간단한 혈압 측정부터 복잡한 술기까지. 어떤 것이든 해내는 경험이 많아지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자를 자신감 있게 돌보게 된다. 병원의 동료는 신규간호사가 성공의 경험을 몇 번이고 쌓을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한다. 그럴 수 없더라도, 그럴 시간 따위 없더라도, 그럴 여력조차 없더라도, ‘내가 먼저 바꿔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주 조금의 노력이라도 들여서 말이다.


3. 내가 쉴 수 있는 공간 만들기, 쉬어주기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모두 잘 알다시피 의(衣), 식(食), 주(住)이다. 그중 ‘주거(住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텐데 한 사람에게 ‘집’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단 집이 있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안정감이 생긴다.

자신의 집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가족의 집도 아니고 빌려 쓰는 집도 아니고 온전한 내 집이다. 은행융자가 90%라고 해도 자산인 이상 내 집인 거다. 그런 내 집을 갖고 있다면 본인의 집을 떠올려보자. 퇴근해서 편안한 상태로 몸을 뉘일 수 있는 집에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몸이 이완된다. 그렇지만 집을 온전히 소유하기란 참 어렵다.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하나의 대안으로 자신이 생각했을 때 편안해지는 공간을 찾아볼 수 있다.

월세나 전세라도 여유 공간을 확보해 일단 그 공간에 들어가면 기분 좋아지는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거나,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공원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도서관, 요가실 등에서 몸이 이완되고 편안하다면 그곳도 좋다. 요즘은 이케아같이 쉽게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가게라든지 유튜브의 인테리어 콘텐츠가 상당히 발달해서 그런 곳에서 영감을 얻어 꾸며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의 기운을 갈무리할 수 있는 장소라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음 날 활동할 힘을 충전시켜 준다면 그런 장소가 휴식을 취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에너지를 얻고, 그것을 휴식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휴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날 나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내게 도움이 된다.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건강하기

건강하기 위한 행동들을 생각해 보자. 어떤 게 있을까?

식사 제때 챙겨 먹기, 잘 씻기, 운동하기, 술·담배 안 하기, 좋은 생각하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등이 있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밝은 미소에 보기 좋은 풍채를 가지고 있다. 만일 몸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마냥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날 어른들이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며 국민체조를 시켰다. 어렸을 때는 귀찮기만 하고, 잔소리로만 들렸는데 지금은 그 말이 백번 옳다고 인정한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할 수 있는 듯하다. 몸이 비쩍 마른 상태로 먹는 것을 자주 거르거나 혹은 반대로 몸이 비대해 움직이지 않고 끊임없이 먹는 사람이 다른 일을 해낼 여력이 있으리라 보기 어렵다.

일단 자신의 몸을 챙겨야 한다. 내가 움직일 만한 기력이 있어야, 움직일 만한 공간이 있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을 테고, 그럼으로써 결과를 창조해 낼 수 있다.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잘 씻어야 하고, 근력을 만들어 움직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며, 뇌 건강을 위해 술도 자제해야 하고, 담배는 백해무익이니 끊어야 한다.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은 미소를 만든다. 미소는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을 생성하며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살아있음을 알게 한다. 술을 마시는 것이 취미이고, 하루의 위로라고 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다. 어느 연구 결과상 한 잔의 술은 심혈관계에 좋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잔에서 그치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술을 마시면 뇌세포가 죽게 된다고 하니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에 빨리 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술을 되도록 멀리해야 한다. 실제로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조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함께 행복하게 인생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4. 비교하지 않기

살아가면서 무엇이든 남과 비교하지 않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어째서 비교를 하며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우월감을 느끼기도 할까? 본성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비교하는 습관을 끊어냈으면 좋겠다.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보면 다른 사람과 어떤 것을 비교하지 않아도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각자의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비교하지 않고도 스스로 굳게 설 수 있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내가 나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 사랑해야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나다움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 나다움으로 무장하는 것은 나에게 그 어떤 것보다 강한 무기가 된다. 심지어 힘든 일이나 마냥 주저앉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도 해결할 힘을 준다. 나다움이 없다면 시련이 닥쳤을 때 단순한 방식으로 쾌락을 추구하며 그 일을 잊으려 애쓴다. 이는 그저 숙제처럼 일을 미뤄두는 것뿐이지 온전한 해결이라 볼 수 없다. 나다움이 어떤 건지 아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누군가의 능력이 부러울 수 있지만, 시기 질투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은 그렇게 되기까지 수없이 노력했을 테고, 그 분야에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의 영역이 있으리라는 것을, 반드시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자.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 보물을 찾듯이 하나하나 발견해 가는 것도 참 설렐 것이다.



*엔도르핀(Endorphin): 쾌락 호르몬

**도파민(Dopamine): 사랑 호르몬

***세로토닌(Serotonin): 행복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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