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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Feb 21. 2024

넘어졌다. 뼈가 부러졌다


나는 본디 잘 넘어졌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를 타러 가다 꽈당, 어렵게 올라탄 버스 안에서 우당탕, 산책길에서 삐끗, 공연장에서 입장을 기다리다 철퍼덕 넘어졌다. 크게 다친 적은 없었지만 툭하면 넘어지는 통에 내 무릎은 상처딱지가 앉아 있거나 시퍼렇고 시커먼 멍으로 덮여있기 일쑤였다. 넘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마음은 급한데 몸은 느렸다. 버스를 놓치면 지각인데 나를 태우지 않고 버스가 출발할까, 목적지에서 내리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버스 출구 쪽으로 미리 움직이다가,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가 반가워 콩콩거리다가, 공연장 입구에 줄 서있다가 ‘GD다!’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어디? 어디?’ 하다가 넘어졌다.


나이 들면서 넘어지는 빈도가 줄었다. 마음이 조금은 느긋해져서인지, 몸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서인지, 몸이 옆으로 늘어나고 균형과 안정감이 커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랬는데 방심했다.


며칠 전, 봄이 오는 소리에 설레서 꽃모종을 몇 포기 샀다. 자그마한 모종이 뿜어내는 초록 기운이 귀엽고 예뻤다. 너무 설레서 심장이 쿵쾅거렸나? 발걸음 가볍게 모종삽을 가지러 가다 넘어졌다. 퍽… 털썩… 쿵… 다 큰 어른이 넘어지면 왠지 부끄럽다.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아픔은 그다음이다. 늘 그랬듯이 얼른 일어났다. 일어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옷을 탁탁 털고 하던 일을 마저 하면 되는데, 할 수 없었다. 아팠다. 초록 기운이 노랗게 보였다.


“손가락 뼈 골절이네요. 어쩌고 저쩌고, 우선 3일 동안 가깁스를 하고 , 이러쿵저러쿵, 이러저러해서 6주 동안 깁스를 해야 합니다.”


뼈가 부러졌다. 지금껏 수없이 넘어져도 별일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오른손잡이가 왼쪽을 다쳤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남편이 차려주는 삼시세끼 로망이 이렇게 실현될 줄이야. 집안일에 관심 없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시키고 알려주고 있다. 좋은 점을 하나하나 세보지만 속상한 마음이 크다. 타이핑도 생각보다 힘들다. 글쓰기도 힘들 것 같다. 앞으로 6주.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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