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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Oct 20. 2024

닥본사!!

요즘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아 고민이다. 여유 시간도 많겠다, 재미있으면 보면 되는데 뭐가 고민이냐고? 일주일에 무려 7일이라는 날이 있는데 말이야. 얄궂게도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는 약속이라도 했는지 제다 주말에 방영한다. 알다시피 드라마 방영시간은 대체로 비슷하다. 방송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10~20분 정도 다르니 방영하는 요일이 같다면 겹칠 수밖에 없다.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는 자그마치 3개나 된다. 고민이 이만저만하다.


tvN에서 토, 일요일에 방영하는 <정년이>, MBC 금토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SBS에서 금요일, 토요일에 방영하는 <지옥에서 온 판사>가 내가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이다. 요즘 사람들은 방송사 다시 보기 서비스나 OTT를 이용해서 드라마 본방 시간에 상관없이 자신이 편할 때 방송을 본다. 하지만 나는 요즘 사람 아니고 옛날 사람이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우리 집에서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은 아들이 공유해 준 넷플릭스뿐이다.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정년이의 도전과 경쟁, 연대를 그린 <정년이>는 소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판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배우 한석규가 한석규 했다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1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이 깊다. 덤으로 나는 한석규 배우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인데 재미까지 있으니 안 볼 도리가 없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가장 먼저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데 처음에는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보고 싶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어머나, 세상에나. 내가 액션을 좋아했던가? 나도 몰랐던 나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 싶다. 3개 중 어느 하나 포기하기 싫어서 드라마 시청 일정표를 짰다.


다행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금요일과 토요일은 <지옥에서 온 판사>를 본방으로 보기로 했다. 토요일에 방영하는 <정년이>는 일요일 오후에 재방송을 보고 저녁 9시 20분에 본방을 보면 된다. 살다 보니 드라마 시청 일정표를 짜는 날이 오는구나. 하하하.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본방의 의미를 모른다고 한다. 많은 프로그램을 OTT 플랫폼을 통해서 접하기 때문에 ‘일시정지’ 혹은 ’ 잠시 멈춤‘을 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인기 있는 드라마 시간에 맞춰 집으로 총총 돌아가던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겠구나. 나도 최진실 배우와 최수종 배우가 나왔던 드라마 <질투>에 늦을까 봐 택시를 탔던 적도 있다. 택시비 때문에 한동안 쪼들렸지만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좋았다.


<정년이>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정년은 국극단에서 쫓겨나고 방송국 PD에게 스카우트된다. PD는 정년이에게 TV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국극을 보러 극장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극을 보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대 말이다. 지금은 이미 TV의 시대를 지났고 VOD의 시간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참으로 편리하다. 다음은 무엇일까? 내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드라마의 전개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거나. 그렇게 되면 나처럼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은 드라마를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닥본사’라는 말은 사라졌겠다. 그런 시대가 오기 전에 가능한 닥본사 하면서 맘껏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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