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 꽃들을 나의 텃밭에서 무수히 발견한 것은 9월 중순. 9월 늦더위 끝에 억수 같은 비가 내리던 날이다.
명절을 지내고 2주 만에 찾아간 텃밭에는 강아지풀과 바랭이가 쓰러져 길을 덮고 있고 빨간 꽃을 촘촘히 단 여뀌와 수줍은 듯 하얀 고마리가 피어 있었다.
잎과 꽃이 큰 붉은털여뀌
얼마 전 동네 카페에서 키도 크고 꽃도 큰노인장대라고 불리는 털여뀌를 보며 감탄했었는데 그 꽃을 꼭 닮은 여뀌가 온 밭을 뒤덮은 것이다. 뿌리가 깊지 않아 뽑기는 쉽지만 그 번식력으로 보아 제거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여뀌는 꽃이 붉고 잎이 매워 역귀를 물리친다는 이야기가 있고 어린잎은 식용하기도 한다. 털여뀌와 여뀌뿐만 아니라 개여뀌, 바보여뀌도 있다고 하니 동정하기 쉽지 않은 식물이다.
텃밭을 차지한 개여뀌
알고 보니 나의 텃밭에서 발견한 여뀌는 9월 느지막이 꽃색이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운 개여뀌였다. 잎은 길쭉하고 꽃대가 열매처럼 길쭉 솟아있다. 꽃망울이나 시든 꽃도 붉게 물들어 화려하여 곤충을 유혹하는 개여뀌. 개여뀌의 잎은 매운맛이 없다고 하니 여뀌처럼 물고기를 잡을 때 쓰이진 않았으려나?
개여뀌만큼 많이 보인 메밀처럼 생긴 하얀 꽃이 무리를 이루어 핀 고마리. 블루베리 나무를 온통 뒤덮은 고마리도 뿌리가 깊진 않았지만 개여뀌만큼 번식력이 왕성했다. 내가 유독 좋아하는 하얀색이라 꽃을 없애고 싶지 않았지만 무성한 잎들이 어린 블루베리 나무를 뒤덮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자르기도 하고 뽑기도 했다.
'다른 식물들을 더 많이 심어 이런 수고를 하지 않도록 해야지... 텃밭정원 초기 작업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구나..'
고마리 하얀 꽃
고랑에서 잘 자라 이름 붙여졌다는 고마리는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이나 된장국을 끓여 식용 가능하고 꽃, 줄기, 뿌리까지 약용한다. 고마리는 염증이나 성인병에 효과가 있고 오염된 수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니 이름처럼 참 고마운 식물이다.
늘 드는 생각. 따로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시기가 되면 일제히 꽃을 피우는 잡초들. 수정되지 못하면 폐쇄화로 또는 기는줄기로 끈질기게 생명을 꽃피우는 식물들. 꽃이 시들어가는 초가을부터 화려한 꽃을 즐길 수 있는 개여뀌와 고마리. 그 이름도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