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근교(칠리왁) 지상 낙원

무작정 캐나다

by 황서영

요즘 밴쿠버 날씨가 참 좋다. '참'이라는 한 글자로 뭔가 아쉬워 '차~암'으로 최대한 길게 늘이고 싶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 행진이다. 그래서 이번주는 열심히 바깥 활동을 했다. 금요일에도 놀고, 웬일로 그다음 날인 토요일에도 놀고, 심지어 토요일에 만난 사람들이 제안한 '내일 등산 갈래요?'에 딱 9초 정도만 망설였다. 웬만해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지독한 집순이인 나를 3일 연속 집밖으로 끌어낸 밴쿠버 날씨의 힘은 그만큼 대단했다. 호기롭게 예스를 외친 그다음 날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무거워 후회를 할 뻔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어제의 나'를 칭찬했다.


사실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나선 등산이었다. 어차피 가본 곳이 별로 없어서 갔던 곳이었을 리 없고, 만약 내가 갔던 곳이라면 등산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가봤을 곳일 텐데 또 가려고 하는 곳이라면 분명 안 봐도 좋은 곳이기 때문일 거였다.


칠리왁 레이크 주립 공원에 위치한 린드만 호수는 주차장에서 40분 정도 올라가야 나온다. 이 날 등산은 다 좋았으나 딱 하나 큰 문제가 있었다. 공중 화장실. 함께 간 4명의 사람들 중 등산을 하는 내내 단 한 번도 화장실을 가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비위가 좋은 편인 나도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 없던 멀미가 생길 지경이었으니......


호수 근처에 있던 유일한 화장실이 심하게 더러운 탓에 줄을 서서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도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는 바닥이 그대로 보일만큼 너무나 맑았고 아름다웠다. 이 호수의 정화작용은 엄청나구나.


린드만 호수는 보는 위치에 따라 물 색깔이 바뀌었다. 에메랄드그린이기도 했다가 청록색이 되었다가 짙은 바다색이 되기도 했다. 발가락을 담갔다가 얼음 같은 온도에 소리를 지르며 발을 황급히 철수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물에서 잘들 놀았다 (역시 캐나다인들). 영국 악센트가 있던 한 아저씨는 얼굴만 내놓고 배영을 하며 3초에 한 번씩 소리쳤다.

"This is heaven!"


그저 물 색깔만 이렇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한데 그래 그곳은 진짜 헤븐이겠구나. 인정.


다만 큰 바위를 넘어야 하는 구간들이 많아 등산로 상부에 위치한 또 하나의 호수까지는 가는 길은 좀 힘들었다. 초보자에게는 무리인 코스라더니 역시나. 우리는 결국 다른 호수를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린드만 호수를 처음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등산화는 필수, 등산지팡이도 강력히 추천. 그리고 웬만하면 물이든 밥이든 적게 먹고 속을 확실히 비우고 가시길."


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과 곤란함을 고려하고라도 물빛 하나로 행복해질 거라고.





린드만 호수 영상이 궁금하시다면!

https://youtu.be/HUc_fVaeG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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