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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를 낳아도"의 심오한 의미

[엄마의 쉼표14 : 엄마가 되고 다시 돌아보는 결혼의 조건]

by 삐와이


나와 신랑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한지는 어언 7년, 부모라는 이름으로 함께한지는 이제 3년차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평소 각자의 삶에 충실하느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한 때 몇 시간 동안 카톡 답장이 오지 않는다고 내가 서운해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소식 없는 카톡에도 익숙해져 있고, 주로 야근이나 아이 관련 대화를 나눌 때만 카톡방이 활발하다.

상황은 우리집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이를 돌보거나 일을 하는데 집중하느라 아이가 태어나고는 부부간의 스킨십도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거의 없어지다시피한 가정이 태반이다.


그런 내게 얼마전 질문이 훅 들어왔다. 종종 안부를 묻는 동생의 연애상담이었다.

"언니, 대체 왜 결혼을 하게 된거야? 지금 만나는 사람이 진짜 결혼할 사람이란 확신이 어디서 드는거냐구"

그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에 조금 뜸을 들이다가 결혼식 전으로 기억을 더듬어갔다. 7년 전 결혼식을 앞두고 나는 인스타그램에 결혼 소식을 알리는 포스팅을 올렸다. 그 포스팅의 시작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운좋게도 결혼하지 않을 이유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나 저 결혼합니다 :)"

그때의 나는 나의 신랑에게 결혼할 이유보다는 결혼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보았고, 그 결과 찾을 수 없었다는 수줍은 답변으로 현재 동생이 던진 질문을 슬며시 비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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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에세이, 인스타툰작가 / 쌍둥이 워킹맘 / 육아, 일, 가벼운 일상을 무겁게 기록합니다. 무너져도 일어나는 시간을 글로 꿰매며, '버티고 있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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