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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엄마라서 다행이야

[엄마의 쉼표25 : 어렵지? 우리 같이 해보자.]

by 삐와이

"똘양이가 친구와 생활 중 흥분해서 얼굴 쪽으로 손을 휘두르다 안경이 벗겨졌습니다. 안경이 벗겨지자 똘양이는 놀라 소리를 지르며 친구의 얼굴을 손톱으로 긁는 일이 있었어요."

한 달 전만 해도 똘양이가 같은 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이번엔 그 반대라니. 메시지를 읽는 손끝이 떨렸다. 집에서도 똘양이는 똘군이와 다툴 때면 손이 먼저 나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타이르고, 때로는 단호히 훈육했지만, 그 습관이 어린이집까지 이어졌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원길에 만난 담임선생님은 "아이들끼리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똘양이가 훈육 상황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보여요"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높아지면 눈을 피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 사과로 얼른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오늘은 무작정 다그치기보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하며 저녁을 준비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늦게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렸다가 네 식구가 모여 웃으며 밥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던 내 등 뒤로 마지막까지 식탁에 앉아있던 똘양이가 불쑥 물었다.

"엄마 회사에서는 고기 줘요?"

엉뚱한 질문이었다. 나는 웃으며 "아~니, 회사는 고기 안 줘"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무고개 하듯 나의 회사생활에 대해 묻고 또 묻던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나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감 먹었는데."

"그치~ 아침에 감 먹고, 점심엔 두부도 먹었지?"

평소 아이들의 식단표를 참고해서 식사 메뉴를 정하던 터라 나는 단번에 어린이집 식단표를 맞췄다.


"엄마는 어떻게 다 알아요? 그럼 엄마, 이것도 알아요? 오늘 네모군이랑…"

"응, 네모군이 똘양이 안경을 떨어뜨렸다며?"

"네!!!!! 맞아요!!!!"

"안경이 떨어져서 많이 놀랐겠다. 무서웠지?"

"응…"

"근데 똘양이도 네모군을 할퀴어서 다쳤다며. 밴드도 붙였다던데."

"맞아요…"

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똘양아,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도 행동으로 기분을 표현하면 안돼. 똘양이 마음이 잘 전달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어. 그치?"


"하지만… 나는 그럴 때 손이 먼저 나가요. 손이 안 나가게 하기 쉽지 않아요."


떨리는 목소리로 솔직하게 말하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고무장갑을 벗고 식탁 옆으로 다가가 딸의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그치. 엄마도 그래. 화가 나면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차오를 때도 있어. 그럴 땐 전에 엄마가 말했잖아? 크게 쉼 호흡을 세 번해봐. 어깨를 들썩이면서. 엄마도 그렇게 하잖아."

실제로 아이들 앞에서 평정심을 잃으려 할 때 나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쉼 호흡하는 모습을 두어 번 보인 적이 있었다. 딸아이는 잠시 머리속으로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는 듯했다.

"엄마처럼요?"

"응, 엄마처럼."

"해볼게요."




그 짧은 말이 이상하게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며칠 전 회사에서 괜한 짜증을 내고 후회했던 내가, 지금은 아이에게 감정조절을 가르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해볼게요.'라는 말이 내 귀엔 '같이 해봐요.'처럼 들렸다.


육아를 하면서 감정조절에 미숙한 스스로가 자격 미달인 것 같이 느껴지면서 너무 미워졌는데, 오늘만큼은 부족한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서툼이 아이에게는 '엄마도 나처럼 배우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으니까.


누군가의 완벽한 답이 되려 하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부족한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선물이 아닐까.

잠든 똘양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어렵지? 엄마도 어려워. 그래도 우리 같이 해보자. 천천히, 조금씩.


25.10.27

매순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매순간 엄마를 고민하게하고 또 자각하게하고

또 성장하게 하네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들과 '함께'가는 성장의 길이라면 기꺼이 힘내보려 합니다.

유난히 추워진 월요일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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