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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율로 Jul 05. 2022

문방구 주인

- 아이가 원하는 엄마, 아빠의 미래 직업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셋째 아이가 웃음과 뜨거운 포옹으로 맞아준다.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다.


엄마 아빠 하는 말 

반은 까먹고 딴짓을 해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마음 상하면 


" 나 안 해!"


혹은 


"나 밥 안 먹을 거야!" 


라며 가족을 협박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사랑스러움 + 귀여움으로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늘 식사 준비를 도우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 나중에,

내가 커서 고등학생이 되면...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 앞에

문방구 주인하세요.

제가 학교 마치고 오면 도울게요."


엄마 아빠가 늘 일을 하니

보고 싶어서 저렇게 말하는 걸까?


오늘 식사 준비를 돕는 게

즐거워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아이의 제안이 싫지 않다.


엄마 아빠를 사랑하고,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아이의 속내가 느껴져서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네가 그때쯤 되면 

엄마가 학교 앞에 나타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텐데?

하는 웃픈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미래의 엄마 아빠를 초대해 준 

아들의 마음이 무척 깜찍하다. 


지금 이 작고 귀여운,

사랑스러운 아들이 

미래에 엄마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 밥은 다 먹은 것 같이

배부르고 마음이 푸근하다.


고마워 아들아.

문방구 주인아줌마 하라고 해줘서.



* 사진 출처 : 구글 문방구 사진 검색 '미나문방구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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