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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율로 Aug 13. 2022

두근두근, 둘째의 품새대회

아이보다 엄마가 더 떨리는 아이의 태권도 대회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쭉 봤을 때 가장 나를 닮은 아이는 둘째이다. 지기 싫어하고, 경쟁심이 너무너무 강하고( 둘째랑 보드게임을 하는 게 두렵다! 지면 난리가 나기에…) 운동 신경이 뛰어나 다양한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오늘 둘째 아이의 품새대회에 와서 그런가 더 그러한 마음이 든다. 우리 둘째 아이의 대회가 열리는 체육관 구석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나의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는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시절 운동을 했다. 4학년 때는 테니스를, 5-6학년일 때에는 육상선수로 활동했다. 학교에서 갑작스레 테니스부가 급조되었는데 전교에서 운동 좀 한다는 4학년 여학생들은 모두 테니스부가 되었다.  평소 경쟁심이 강하고 뭐든지 이기고 싶어 하던 나는 테니스부에서 무척 열심히 하였다. 하지만 난 1년 동안 후보선수였다. 나를 제외한 5명의 선수들은 단식이든 복식이든 대회에 참여하였지만 나는 늘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 나는 공을 줍고, 혹시나 기존 선수가 다칠 때를 대비해 연습하였다. 그 시간들이 어린 나에겐 무척 길고, 혹독하고, 부끄러웠다. 1년을 그렇게 끝마칠 무렵 우리 학교엔 육상부가 만들어졌다. 난  선생님의 권유로 테니스부에서 육상부로 옮겼고 그때부터 잊지 못할 내 인생의 2년이 펼쳐진다.




 테니스는 발은 빠르지만 팔 근력이 약한 나에게는 어려운 운동이었다. 반면에 육상은 발이 빠르고 순발력이 좋은 나에겐 최적의 운동이었다. 대회 준비 후 나간 첫 대회에서 난 4위를 했다.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우리 육상부 선생님은 나에게서 희망을 보셨는지 너는 강릉시 대표 선수가 될 거라고 늘 나를 격려하셨다. 그 후 치러진 대회들에서 3위, 2위를 했고 나는 정말로 강릉시 단거리 육상 대표 선수가 되어 도대회에서도 메달을 땄다. 강릉시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늘 1등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운동선수 생활을 할 동안 난 한 번도 1등을 하지 못했지만 전혀 슬프거나 분하지 않았다. 나는 첫 번째 두 번째 대회에서 4위, 3위를 한 뒤 쭉 2위의 자리를 지켰다. 같은 2등이었지만 대회마다 나의 기량과 태도와 마음가짐은 달랐다.  난 육상선수로 활동하면서 나의 100m, 200m 기록을 대회에 나갈 때 마다 단축시키는 기쁨을 맛보았고 나의 고질적인 단점을 고쳤을 때 기록이 큰 폭으로 단축되는 경험을 하였다. 뜨거운 햇빛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심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은데 한 번 더 달리라고 하는 선생님의 불호령에 순종하며 연습에 임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빨라졌고 강해졌다. 노력은 늘 다음 대회 결과로 증명되어 수고와 노력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를 운동선수로 보내며 인생을 살아가며 배워야 할 중요한 것들을 몸으로 체감하며 배웠다. 노력은 결과로 증명되며, 한계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뛰어넘어지는 경험. 죽을 것 같이 힘든 훈련을 통해 실제로 나는 죽지 않고 내 실력이 향상되는 경험. 그리고 최선을 다해 훈련하여 획득한 나의 소중한 노력의 열매들인 은메달들. 힘들게 힘들게 훈련하지만 오랜 기간 기록이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여 낙심하였던 시간들.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나니 나는 몸이 무척 가벼워지고 빨라져 대체 불가 강릉시 대표 선수가 되었다. 비록 초등학교 졸업 후 운동을 그만두었지만 이때 깨달은 인생의 진리(?)들이 학창시절 반복되는 시험과 공부의 터널을 수월하게 지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우리 아들이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며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알기 원한다. 땀 흘리는 즐거움,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는 기쁨,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마음, 수고와 고생이 보상으로 뒤바뀌는 행복,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힘든 시간들을 견뎌낸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몇 분 후면 우리 아들의 경기가 펼쳐진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겠다. 수천 명의 도복을 입은 선수들이 복제인간같이 모두 비슷비슷한데, 그중 우리 아들이 가장 빛나고 반짝거리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은수야, 너의 경기를 응원해! 결과와 상관없이 대회를 준비하며 땀 흘리고 노력한 네가 엄마는 너무 자랑스러워. 엄마는 너를 언제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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