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아이와 만나다
입양 절차를 진행했던 기관에 정중히 사과드리고 큰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기관인 아동보호종합센터와 다시 입양 절차를 밟았다. 아동보호종합센터는 부산시에 소속된 부서인데 부산의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입양을 처리하는 곳이다.
입양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심리 검사도 받고 모든 입양 절차들이 마무리되어가던 중 아동보호종합센터에서 추천해주신 보육원 중 집 가까운 보육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아동보호종합센터 담당자분께서는 우리 집 세 아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연령인 3~5살 사이의 여자아이를 추천하셨다.
보육원을 방문하기 전날, 아니 그 한참 전부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어느 아이를 골라야 하지?’ 예쁜 아이? 건강한 아이? 아이를 낳아주신 엄마가 건강하고 그나마 술, 담배를 좀 안 한 부모의 아이?' 마지막은 희망사항이지만 나는 알 수 없는 정보이다.
아이는 물건이 아닌데, 쇼핑하듯 고르러 간다는 생각에 너무 부끄러웠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하나님께 입양을 내 삶의 길로 내셨으니 내가 만나야 할 아이가 있다면 꼭 내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밤마다 기도했다.
다음날 우리 부부와 입양 담당자는 보육원을 방문했다. 부부와, 기존의 자녀들과 잘 맞는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좋으니 오늘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아이들을 보라는 보육원 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설에 들어갔다.
예쁘게 생긴 첫 번째 아이와 눈인사를 하고 두 번째 아이가 사는 방에 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동그랗게 호섭이 머리를 하고 쌍콧물을 흘리며 입을 벌린 채 얼음이 된 두 번째 아이는 내가 꾸었던 꿈속의 민트색 신발과 똑같은 색의 상하 세트 옷을 입고 있었다.
‘네가 우리 딸이구나.’
난 확신했다. 남편도 저 아이가 우리 딸이라고 했다. 자신의 음력 생일과 같은 날이 아이의 생일이라 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다른 집에 입양 가기 힘들 테니 우리가 입양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