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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Jan 15. 2023

포르투갈 종단 여행의 서막

네덜란드 도착 D+41

2017년 2월 28일 화요일


해장은 역시 한국 음식이 최고인 것 같다.

어제 새벽까지 달리느라 고생한 속을 풀어주기 위해 지은이와 나는 아점으로 잔치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저번에 칼국수 끓이느라고 동방행(이 동네의 아시안마켓 이름이다)에서 다시마랑 멸치를 사 뒀었는데, 그걸로 직접 국물도 내고 냉장고에 남아 있던 유일한 야채인 양파를 송송 썰어 넣었다. 냉장고가 이렇게 텅텅 비어 있는 건, 우리가 내일부터 약 일주일간 여행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포르투갈이다.

국물이 허여멀건해서 밍밍해 보이지만 오늘의 잔치국수는 양념장을 넣어야 완성되는 요리. 빨간 그릇 뒤로 보이는 게 양념장인데, 지은이가 블로그를 찾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번 여행은 꽤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마스트리히트 사람들이 카니발에 진심인 덕분에 카니발 시즌에는 거의 일주일간의 방학이 주어지는데, 그런 만큼 이 연휴 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바보같이 카니발 즐길 생각만 하며 무계획하게 있다가 뒤늦게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항공권을 급하게 예매해야 해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보통 포르투갈 하면 리스본이나 포르투를 많이 떠올릴 텐데, 여행 날짜에 임박해서 우리가 끊을 수 있었던 티켓은 아인트호벤에서 파루(Faro)라는, 포르투갈 남쪽의 작은 도시로 가는 항공권 뿐이었다. 결국 아래 지도에 표시한 것처럼 파루→리스본→포르투로 이어지는 루트로 계획을 짜게 되었다. 사실상 이번 여행은 포르투갈 종단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충대충같아도 나름 철저한 계획형 인간인 우리 둘은 꽤 알찬 계획을 짰다. 이게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ㅎㅎㅎ




저녁에는 지난번에 점보에서 사 온 코끼리 돈까스를 먹었다. 이 돈까스로 말할 것 같으면, 점보에서 장을 보던 나를 깜찍한 모양으로 사로잡은 돈까스 되시겠다. (지은이는 또 이상한거에 꽂힌 룸메이트를 빨리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구매를 승인한 것 같았다ㅋㅋㅋㅋㅋ) 근데 맛은 상당히 별로였다. 이건 그냥 보고 귀엽다고만 말하고 놓고 왔어야 하는 음식이었다, 젠장. 돈까스 옆의 튀김은 치즈스틱이래서 샀는데, 놀랍게도 모짜렐라 치즈가 아니라 달달한 크림치즈가 들어있었다. 진짜 별로였다. 이 나라 사람들 식성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부디 내일부터 먹을 포르투갈 음식들은 우리의 입맛에 잘 맞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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