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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Dec 12. 2023

동심 파괴! 장난감 박물관에 가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D+62, 독일 여행 넷째날(뉘른베르크)

2017년 3월 21일 화요일


드디어 다가온 혼자여행 첫날!

원래대로라면 아침 일찍 바로 로텐부르크로 갈 생각이었는데, 꼭 가고 싶었던 뉘른베르크 장난감 박물관*이 내일은 열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오늘 아침 장난감 박물관에 들렀다가 로텐부르크로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뉘른베르크는 예전에 장난감 생산으로 유명했던 도시라고 한다.


장난감 박물관 오픈 시간은 10시. 9시 40분 즈음에 숙소에서 나가면 딱 오픈 시간에 맞춰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외출할 준비를 마치고 2층 침대 위에서 충전중이던 휴대폰을 가져가려던 찰나.

2층 침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게 귀찮았던 나는 손만 위로 올려서 충전기 케이블을 확 잡아당겼고...

아래 사진과 같은 대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뽀각

보조배터리가 있긴 했으나 연결할 충전 케이블이 이모양이 돼버렸으니 무용지물이었다.

그 순간, 문득 마스트리히트에서 유심칩을 사러 보다폰 매장에 갔을 때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분명 보다폰 매장 한 구석에서 휴대폰 충전기도 팔고 있는 걸 봤는데...'

'그래! 보다폰은 체인이니까 분명 독일에도 매장이 있겠지!!'


재빨리 지도를 검색하니 뉘른베르크 시내에 보다폰 매장이 무려 네 군데나 있었다. 그 중 9시 반에 오픈하는 매장이 딱 하나 있어서 얼른 달려갔다. 정말 다행히도① 지도에 나온 오픈시간에 맞춰서 가게를 연 상태였다*

*참고로 포르투갈에서는 지도상으로는 분명 4시에 연다고 써있던 가게가 4시가 한참 지나서까지 문을 열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역시 독일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철저한가보다.


또 정말 다행히도②, 내 예상대로 애플 정품 충전기를 팔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서 2m짜리(40유로)를 사기는 어쩐지 아까웠다. 결국 50cm짜리(24유로쯤 됐다)를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ㅋㅋㅋㅋㅋㅋ 50센치 자만 생각하고 '그정도면 충분히 길지~'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보다. 지은이한테 사진을 보내주니 "이걸 어디에 쓰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맞는 말이라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쨌든, 충전기도 무사히 구매했겠다, 터덜터덜 박물관을 향해 걷다가 우연히 쇠너브루넨(Schönerbrunnen)과 마주쳤다! 원래는 마지막날 떠나기 전에 아침 일찍 보려고 했던 건데, 미리 사진을 봐 두어서 보자마자 알아챌 수 있었다. 


쇠너브루넨은 직역하면 '아름다운 샘'이라고 하는데, 진짜 휘황찬란하긴 했다.

분수의 황금 고리를 세 번 돌리는 동안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근데 고리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도 없어서 보고 따라할 다른 관광객도 없었다. 박물관 오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결국 겉모습만 슥 보고 지나갔다.


'샘'이라기엔 너무 철통보안인 느낌!


쇠너브루넨을 보고 난 후 다리 하나를 건너서 조금 걷다 보니 드디어 장난감 박물관이 나왔다.

내가 도착했을 때가 9시 55분이었는데, 문 앞에 서 있으니 박물관 직원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5분만 기다리라'는 제스쳐를 취하셨다. 정확히 5분 후, 10시 땡 하자마자 박물관 문이 열렸다. 역시 독일답다.


그런데 오픈시간을 기다려서 들어가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내 뒤를 따라오는 유치원생들의 행렬을 보고 나는 약간 흠칫했다. 장난감 박물관에 어린이들이 견학을 많이 온다는 게 사실이었나보다. 나는 조용히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에 얼른 표를 끊고, 1층을 보는 둥 마는 둥 빠르게 훑고서 얼른 2층 전시관으로 올라갔다.

박물관 외관은 이렇다




처음에 내 눈에 띈 것은 각양각색의 자그마한 소꿉놀이 세트들이었다. 그것도 엄청 정교한!!!

어릴 때부터 모형 집, 미니어처 이런 것들이라면 환장을 했던 나로서는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나는 장난감들, 특히 인형의 집 디테일들을 자세히 살펴보며 들떴다.


여기에 전시된 소꿉놀이용 인형의 집들은 더 이상 장난감이라고 부를 수준이 아니었다.

물건의 재질까지 실제처럼 살린 것들을 보라! 저 뒤에 보이는 구리 구겔호프 틀?의 주름까지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런 장난감을 선물받은 아이는 분명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도자기의 무늬 하나하나도 엄청 섬세하다
위쪽에 보면 체? 망? 같은것도 진짜처럼 구현해 놓았고, 국수 뽑는 기계처럼 생긴 것도 있었다.
어떤 거실에는 이렇게 표범 가죽? 러그도 있다. 


하나 재미있는 점은, 여기 인형의 집들에는 저렇게 다 애완동물이 있다는 것이다. 

왼쪽 사진은 문 앞에 보면 무려 쥐덫이 있다!!깨알같은 소품들이 참 귀엽다


세상 화려한 거실의 모습


아래 사진은 언뜻 보기엔 무척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엄~~~~~청나게 작은 미니어처이다.

육안으로는 제대로 보기 힘들어서 옆에 돋보기도 붙어 있었다. 내가 줌을 땡겨서 찍었지만, 저 집 전체 크기가 내 손바닥만했다. 대체 저렇게 작은 건 누가 어떻게 만든 걸까...!




혼을 빼놓는 완성도의 미니어처들뿐만 아니라 오래된 장난감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근데 보면 볼수록 이거.. 어린애들이 보면 우는거 아니야...? 싶은 모습들이었다...ㅋㅋㅋㅋㅋㅋ

일단 미키마우스라는데.. 1930년대의 어린이들은 다들 담이 쎘던 걸까?
'humpty dumpty sat on a wall' 할때의 바로 그 험프티 덤프티. 근데 조명 너무 무서운거 아니예요...?ㅋㅋㅋㅋㅋ


그리고 동심을 파괴하는 장난감까지! 아니 어린이가 왜 술병을 들고 있냐구요ㅋㅋㅋㅋㅋ

발그레한 뺨을 보니 이미 거나하게 취하신 것 같다


그래도 무서운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신기하고 귀여운 장난감과, 추억의 장난감들도 잔뜩 있었다.

귀여운 목도리와 가방을 갖고 있던 인형
표지 하단에 '배고픈 돼지들'이라고 써있다. 아마도 보드게임같은데, 표지의 그림을 보니 약간 할리갈리마냥 자기 돼지를 빨리 움직여서 가운데의 사료를 먹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같기도?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보드게임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레트로한 디자인이랑 색감이 너무 예뻤던 미니카. 나도 이런 차 몰고 싶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바비인형들!! 의상 보는 재미가 있어서 너무 즐겁게 구경했다.


한참 구경하다가 뜬금없는 커밋의 등장에 당황했으나, 알고 보니 옆의 세서미 스트리트 인형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 거였다. 나는 지금까지 커밋이 세서미 스트리트 캐릭터인 줄도 몰랐다.





오픈하자마자 들어와서 그런지 윗층에는 딱 나밖에 없어서 아주 조용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3층인가 2층인가 올라가니까 이렇게 '어린이 존'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면 부끄러워서 들어가지 못했겠지만 아무도 없으니 슬쩍 들어가 보았다ㅋㅋㅋㅋㅋ


키즈 존 안에는 위 사진의 창문 뒤로 어렴풋이 보이듯이 인형들과 레고, 색칠공부 등이 있었다. 물론 나는 해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지만 그 안에 있는 스태프실에서 직원분이 갑자기 불쑥 나오셔서 당황했다ㅋㅋㅋㅋㅋㅋㅋ그분 표정은 마치 '어린이가 아닌데 너는 왜 여기 있니...?' 이런 느낌이어서 부끄러워하면서 나왔다ㅋㅋㅋ큐ㅠㅠㅠ


하지만 그냥 가기에 아쉬우니 옆에 있는 레고 건물 안에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혼자 이걸 어떻게 찍었냐면, 가방에 폰을 받쳐놓고 찍었다. ㅎ...혼자여행의 서러움이란ㅠㅠ 지은이는 이 사진을 보고 단두대에 목을 넣은 사람같다고 했다(동심파괴..)


예상했던 대로 너무나 즐거웠던 장난감 박물관이었다ㅋㅋㅋㅋ 나가면서 보니 내가 입장할 때 봤던 어린이들은 특별전시관에 앉아서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좀만 더 여유롭게 볼걸 싶기도 했다.


실컷 구경하고 나니 여기서 꼭 뭐라도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는 길에 결국 미니어처 그릇을 한 세트 샀다. 사실 찻잔 세트를 사고 싶었는데 이게 무늬가 더 내 취향이라 집어왔다. 



박물관을 나와서 다시 숙소로 가는데, 로텐부르크로 가는 기차 시간까지 좀 여유가 있다 싶어서 궁금했던 독일 도자기 브랜드 빌레로이 앤 보흐 매장도 구경하고(하지만 맘에 드는 찻잔이 없어서 금방 나왔다), 벼르고 벼르던 차 가게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여행지마다 홍차나 홍차 관련 물건들을 모으는데, 뮌헨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차 가게를 들리는 걸 깜빡한게 너무 아쉬웠다ㅠㅠ 다행히 이번에는 미리 검색을 해서 뉘른베르크 시내의 차 가게를 찜해두었는데, 들어가니 친절한 직원분께서 맞아주셨다. 가게 이름은 TeeGschwendner! 나중에 찾아보니 체인점인 것 같았다.



뉘른베르크에 왔으면 뉘른베어거 티를 사야지! 뉘른베어거 티는 과일향이 나는 홍차다. 사실 과일향 나는 홍차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여행 기념품 겸이니 도시 이름이 들어가는 걸 사고 싶었다. 나머지 하나는 카라멜 향이 나는 홍차가 있는지 물어봤더니 추천해주셔서 산 카라멜 루이보스 홍차! 이름은 잘츠카라멜(Salzcaramel)인데 그럭저럭 괜찮다. 오른쪽 틴케이스는 그냥 틴케이스도 하나 사고 싶어서 샀다. 뉘른베르크랑은 안 어울리는데 내 취향에는 맞다ㅋㅋㅋㅋㅋㅋㅋ


차며 틴케이스며 이거저거 사서 그런지 직원분께서 곧 부활절이라고 토끼가 그려진 이스터 홍차 샘플도 주시고, 내가 꼭 필요했던 찻잎 계량용 스푼도 주셨다!ㅎㅎㅎ


만족스러운 쇼핑을 하고, 다시 숙소에 들러 짐을 놓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장난감 박물관 사진이 너무 많아서 로텐부르크 포스팅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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