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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미쌤 Jun 25. 2023

기대와 사랑은 한 몸이지만 조각을 내어

사랑을 하면 기대를 하고, 기대를 했기에 실망을 한다. 실망을 하지 않고자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관계도, 너무 사랑하여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는 관계도 건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요즘은 사랑과 기대를 조각내어 나누어 주고 나누어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명의 연인이나 한 명의 친구에게 내가 가진 한 파이의 사랑과 기대를 모두 내어주면, 상대도 그가 가진 한 파이의 사랑과 기대를 내게 모두 주기를 바라게 된다. 100분의 99를 주더라도 100분의 1을 남겼다는 사실에 서운해하기도 하고, 내가 가진 한 파이를 모두 한 사람에게 주었기에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반대로 내게 서운해하며 나를 떠나가 혼자 남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한 파이를 조각내어 조각들을 나누어 주고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더 건강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부모님조차도 해주지 못하는 100의 사랑을 만난지 고작 100일 된 연인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 자체가 지나친 기대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존적인 연인이 되어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결국 그가 나를 떠나가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100 중 50 정도는 내가 스스로 채우고, 10정도는 가족으로부터 받고 10 정도는 친구들로부터 받고 10 정도는 직장에서 받고, 20정도만 연인에게 기대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마치 인간은 결국 혼자이고, 공수래공수거인 것이고, 실존적으로 고독한 존재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연인이 나를 100퍼센트 빠짐없이 온전하게 이해해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100퍼센트는 허구의 퍼센트이다. 그 누구도 나를 100퍼센트 이해하고 공감할 수가 없다. 그 기대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다. 이 비밀스러운 진실을 수차례의 이별을 겪으면서 차차 알게 되어가는 것이 어쩌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에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연애상담을 신청해올 때가 많다. 십대의 연애란 유치하고 미성숙하고 불건전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네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들에게 연애는 무척 중요할 때가 많다. 불안한 자기상을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고, 상대에게 집착하고 의심하는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고, 질투라는 감정을 느껴 당황스럽기도 하고, 여러 호기심과 불안함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서로 다른 성에 대해 이해하고자 노력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인생에서 연애가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크기일 때가 많다. 그래서 장난스럽게 신청해오는 아이들일지라도 진지하게 고민을 이야기하면 나도 진지하게 듣고 조언을 해주고자 한다. 연애가 단지 성에 대한 탐닉이 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관계로 가꾸어나가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조금 더 산 어른으로서 진지하게 그들의 고민을 듣고 조언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사뭇 다른 태도로 연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깨달음을 얻어가기도 한다. 비록 들을 때는 아하 하더라도 현실에서 아이들이 나의 말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성장해갈지 모르지만, 그들은 어른보다 더 말랑말랑한 존재이기에 보다 더 성장하고 성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아이들만이 가진 고유의 힘을 믿어본다. 그러면서도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학창 시절에 연애를 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내 자식이어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연애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건강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쌓아가기를 응원하고 도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기대와 사랑은 한 몸이지만 조각을 내어 나누어보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도 말하면서 되뇌인다. 한 사람에게 다 받으려는 욕심을 내려놓자고. 그리고 내 삶의 다른 기둥들도 튼튼하게 잘 세우자고. 연애만 있지 않게, 가족도 우정도 직업도 운동도 취미도 잘 튼튼하게 세우자고. 고르게 균형잡힌 삶을 만들어보자고.  기대 한 조각, 사랑 두 조각을 나누어주고 나누어 받으면서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채워가자고. 그렇게 스스로에게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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