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 아이
그림을 읽어내다
아이가 전한 메시지
점과 선과 면은
존재만으로 소중한 것인지
점은 선, 선은 면, 면은 공간을
위해 존재했을까
오로지 당신을 위해
이 자리에 섰는지 묻는다.
점, 점, 점, 선, 선, 면
글 속에 박혀 있다.
아주 긴 시간 머물러 있었을까.
우연한 강렬한 만남
뜨거운 우주 안에 홀로 있었다.
선과 색의 메시지
햇살 가득한 겨울
뭔가를 찾아 헤매던 내 눈에
나를 위한,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기대한다
읽어내다
마음을 들킨 것처럼
봇물처럼 터져버린 눈물
내 사랑은 까맣게 타버렸는지
붉게 물들었는지 잿빛이 되었다
혼탁한 세상에
나의 공기는 하얗다
나의 하늘은 회색이다
나의 마음은 빨갛다
여백의 수많은 흔적은 고뇌를 다듬고
긴 상흔은 새파란 나의 세상을
어둠으로 덧씌운다
다시 거친 표면으로 묻는다
안녕한지
오직 당신을 위해서 존재하냐고
나와 허수 아이
하늘과 땅, 산과 달
너와 나의 거리는 빨강에 빨강
너와 나의 속도는 파랑에 빨강
나의 나무야
너는 그 자리에 영원하렴
목을 쭉 빼고 올려다볼게
햇살 넘치는 오늘 소리 내어
나무를 읊는다
하늘과 땅에서 마주하자
덧
김환기 미술관에서 그림을 읽어내다
작품을 보는 내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눈물까지 더해지니 시선이 흐려진다. 여러 겹이 되어 나타나는 작품을 욕심으로 확인한다. '영원한 것들'이라는 작가의 예술적 화두를 생각하며 먹먹해진 감정을 누르고 눌렀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작가의 작품에 소재로 등장하는 점, 선, 면은 스스로 존재하는 걸까. 점은 선을 선은 면을, 면은 공간을 위해 존재하는지 궁금해졌다.
"왜 그럴까?"의 질문은 나의 존재에서 그 근간을 아이들에게 두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아이들의 근원이 아닌 아이들이 나의 근원임을 알았을 때 마음에만 품었던 사랑이 눈물이 되어 승화된다. 나는 숭고와 염원을 담아 스스로 존재하는 것들을 기린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겠으나 나에게 미술은 철학이며 연결의 미학이고 기원이다. 가끔 정화된 감정이 나의 의식을 점, 선, 공간으로 성숙하게 옮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