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해내다'를 넘어

좀더 신중하고 품격 있는 어휘 선택을 바라며

by 뉴욕 산재변호사

오늘 뉴스에서 유독 '토해낸다'는 표현이 눈에 밟혔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위액 역류 증세로 마음고생을 한 터라, 이 단어가 주는 불편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 것 같다.


최근 뉴스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선거비용 환수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득표율 15% 이상을 얻어 보전받았던 선거비용 전액을 '토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5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1인당 약 588억 5천만 원을 선거비용 상한액으로 정했다. 이 금액은 인구수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책정되며, 홍보물, 유세 차량, 포스터, TV/라디오 광고, 인건비, 사무소 운영 등 법령에 명시된 항목에만 사용할 수 있다. 선거가 사실상 전국 단위의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이므로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토해낸다'는 표현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와 유사하게 산재(산업재해) 사건을 다룰 때도 종종 청구인들로부터 자신이 받은 보상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이는 산재 사건과 함께 소송이 진행될 경우, 소송에서 받는 보상의 일부를 산재보험사에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내용이 와전되어 '토해낸다'는 표현으로 둔갑한 것이다.


'토해낸다'는 표현은 물리적으로 구토하는 행위에서 비유적으로 확장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토하다'는 동사는 뱃속에 있는 것을 입 밖으로 게워내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는 대체로 강제적이거나 고통스럽고,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뉘앙스가 점차 확장되어, 자신이 원치 않거나 부당하게 얻은 것을 강제로 반환하거나 상납해야 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러한 비유적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언어의 비유적 확장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재산이나 금전과 관련된 상황에서 '뱉어내다', '토해내다'와 같은 표현은 자신이 소유하고 싶었던 것을 억지로 돌려줘야 하는 상황의 부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토해낸다'는 표현은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람들이 느끼는 '억지로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쾌감이나 고통을 구토 행위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정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강렬하고 직설적인 표현의 사용은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 (The 48 Laws of Power)'에서 제시하는 몇 가지 원칙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토해낸다'는 표현은 **제6법칙: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심을 끌어라(Court Attention at All Costs)**와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자극적이고 시각적인 언어는 대중의 이목을 즉각적으로 집중시키고, 논쟁의 핵심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제15법칙: 적을 완전히 부숴버려라(Crush Your Enemy Totally)**의 맥락에서도 해석될 수 있다. 단순히 '돌려받는다'는 표현을 넘어 '토해낸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과 굴욕감을 주어 완전히 제압하려는 의도를 내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금전적 반환을 넘어 상대방의 명예와 자존심까지 겨냥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37법칙: 시선을 사로잡는 장관을 연출하라(Create Compelling Spectacles)**와도 연결된다. '토해낸다'는 표현은 마치 눈앞에서 무언가를 강제로 게워내는 듯한 생생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이는 대중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장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정치적 공방에서 이러한 언어적 선택은 단순히 사실 전달을 넘어, 감정을 자극하고 여론을 움직이려는 의도적인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처럼 직설적이고 때로는 혐오스러운 표현보다는 좀 더 산뜻하면서도 전문적인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토해낸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기는 하지만, 신문과 방송을 통한 공적인 담론에서는 그보다 정제된 언어가 필요하다. 공적인 담론에서 정제된 언어의 사용 필요성은 언어가 우리의 사고와 세상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조된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가 사물이나 사건을 어떻게 명명하고 표현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수많은 사건사고를 접하는 통로가 미디어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명명이나 호칭의 영향력은 미디어의 언어로 표현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언론의 책임 있는 언어 사용은 단순히 사실 전달을 넘어,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토해낸다" 대신 다음과 같은 표현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환수하다/환수되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지급했던 자금을 되돌려 받는다는 의미로, 가장 일반적이고 전문적인 용어이다. 예: "선거비용 환수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립하고 있다." 예: "부당하게 지급된 보조금은 환수 조치될 예정이다."

회수하다/회수되다: 빌려주거나 지급했던 것을 되찾아 온다는 의미로, 자금이나 물품 등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예: "부당 이득금은 전액 회수해야 한다."

반납하다/반납되다: 받았던 것을 다시 돌려준다는 의미로, 개인이 기관에 특정 금액이나 물품을 돌려줄 때 적합하다. 예: "지급된 보상금의 일부를 반납해야 할 수 있다."

반환하다/반환되다: 받았던 것을 되돌려준다는 의미로, '반납'과 유사하나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사용될 수 있다. 예: "선거비용 보전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상환하다/상환되다: 빚을 갚거나 특정 금액을 다시 지불한다는 의미로, 주로 채무 관계에서 사용되지만 넓게는 지급받았던 금액을 돌려주는 경우에도 쓸 수 있다. 예: "정부 지원금이 부당 사용될 경우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이러한 대체 표현들은 '토해낸다'가 가진 직설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인 뉘앙스를 피하면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언론과 공적 영역에서의 언어 사용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더욱 신중하고 품격 있는 어휘 선택을 통해, 불필요한 거부감이나 오해를 줄이고 명확한 정보 전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언어가 가진 힘을 생각할 때, '토해낸다'와 같은 표현 대신 더욱 적절하고 전문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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