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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 산재변호사 Oct 01. 2022

미용업 종사자입니다. 업무상 상해, 어떻게 처리되나요?

뉴욕 산재보험법

뉴욕에서 산재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근로 중 다친 종업원을 도와드리는 변호사이구요. 


오늘의 주제는 네일 테크니션, 미용사, 그리고 속눈썹 연장사입니다. 


네일 테크니션, 미용사, 그리고 손눈썹 연장사. 미용업계를 이끌어 가는 한국인들 특유의 손재주가 먼 이국 땅인 이곳 뉴욕에서 유감없이 발휘되는 직업들인데요. 저는 이분들의 손재주를 통해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빚던 우리 선조들의 손재주가 현대적으로 발휘되는 것을 느끼고는 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오징어 게임’에서도 달고나 게임이 제 눈길을 끌었는데요. 미세한 손감각으로 달고나를 정확히 재단하듯 잘라나가는 이 게임은 아마도 우리가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손재주 덕분에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더욱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이 미용업 역시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사건 사고가 꽤 일어납니다.  


제가 직접 진행해본 40여개의 미용업 케이스 중에서 가장 흔히 보는 사고는 단연 교통사고입니다. 특히, 네일 테크니션의 경우, 고용주 쪽에서 차량을 제공하여 직원들을 픽업하여 출퇴근을 돕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비즈니스 하기 좋은 목좋은 곳에 위치한 점주들께서 퀸즈에 주로 거주하는 한인 직원을 고용하기 때문인 것이지요. 고용주가 제공한 차량을 타고 출퇴근 하던 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가 아닌 직무 관련 사고로 성립됩니다. 다시 말해, 차에 타고 있던 직원들의 치료비에 대해 차 보험이 관여하지 아니하고, 고용주 쪽에서 들고있는 종업원 상해보험으로 치료비가 커버된다는 뜻입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 있는 대목인데요. 


고용주가 제공한 차량을 네일 가게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에, 그 고용주의 차량에 올라탄 순간부터 사실상 일을 시작하였다고 보는 것입니다. 교통사고는 종업원상해 클레임 뿐만 아니라 소송의 가능성도 동시에 있는데요. 고용주의 차량과 접촉사고를 일으킨 상대방 차의 과실을 물어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사고의 유형은 손님과의 접촉 사고입니다. 제 의뢰인 한분은 네일 서비스를 마치신 후 손님의 몸을 부축하시다가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함께 넘어진 사고가 있었습니다. 미용업이 아무래도 손님과의 신체접촉이 주를 이루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접촉으로 발생한 사고는 모두 직무관련 사고로 성립됩니다. 


세번째 사고의 유형은 점심 시간에 일어나는 사고입니다. 제 의뢰인 한분은 점심시간에 그릇을 닦다가 그 그릇이 갑자기 깨지면서 손부상을 입으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점심시간에 일어난 사고는 직무관련 사고로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네일 테크니션의 경우 가게 내에서 식사를 주로 하시는데요. 때문에 예외 규정이 적용되어 비록 점심시간에 일어난 사고라 하더라도 근무와 완전히 동떨어진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아, 직무관련 사고로 성립하게 되는 것이지요.


네번째 사고의 유형은 차량이 가게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사건입니다. 이 영상을 시청하시는 분들은 다소 놀라셨겠습니다만, 제게는 이런 유형의 사고가 벌써 4개나 있었습니다. 네일가게, 미용실 등은 주로 건물 1층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외부 차량이 갑자기 가게로 돌진하여 가게를 부수는 사건이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제 의뢰인들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만, 부상에서 회복까지 상당 시간의 치료가 필요하였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도 가게를 부순 차량에 대한 소송이 가능하며 종업원 상해 클레임과 동시에 진행됩니다. 


다섯번째 유형은 직업병입니다. 제 의뢰인 한분은 오랜 경력의 미용사셨는데요. 장시간 서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보니 몇 년에 걸쳐서 허리와 무릎 통증이 진행되어 직무관련 부상으로 인정받아 드렸습니다.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하여 결국 이 의뢰인은 허리 수술을 받으셔야 했는데요, 부디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다른 의뢰인 한분은 젊은 속눈썹 연장사셨습니다. 장시간 웅크리고 작업을 하던 중에 목과 어깨에 피로가 누적되어 통증을 수반하게 된 경우입니다. 이 역시 직무과련 부상으로 인정받아 드렸습니다. 


어떤 직무관련 부상을 당하게 되면, 여러분들은 가장 먼저 하셔야 일이 고용주에게 즉각 알리시는 것입니다. 종업원 상해 보험법에 의거, 직무관련 상해를 입은 근로자는 사고가 일어난지 반드시 30일 내에 직장에 보고하셔야,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서면 보고가 요구되오니, 문자나 카톡 메시지, 쪽지, 이메일 등으로 사고 사실을 빨리 알리시면 좋겠습니다. 


사고 신고 후 보험사로부터 클레임 넘버가 나오게 되고, 통증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으시면서, 필요시 정형외과나 틍증의학, 신경과 의사 등 전문의와 진료를 동시에 수행해 가십니다. 치료는 뉴욕 산재보험법의 Medical Treatment Guideline(치료 지침)을 따라 진행됩니다. 


줄임말로 MTG라고 하는데요. 목, 허리, 어깨, 무릎, Carpal Tunnel Syndrome, 팔꿈치, 힢과 같은 부상 부위 별로 치료 지침이 이미 다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단 물리치료나 침치료부터 시작하는데, 이런 전통적 치료가 차도가 없는 경우에는 MRI, CT, EMG등 정밀 검사 후 전문의께서 주사나 수술을 요청하시기도 합니다. 


다른 케이스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미용업 종사자 여러분들도 조금이라도 사고와 관련있다고 생각하시는 모든 부위들을 클레임에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치료 뿐 아니라 보상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 요령은 사고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하는 부위들 모두에 대해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진단이란 개념이 생소한 일반인들에게 저는 ‘통증의 이름’이라고 설명해 드립니다. 사실 “통증”은 누구나 있기 마련일텐데요. “진단”이 붙음으로 인해 사고와 통증의 인과관계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houlder pain (어깨 통증)이라고 하면 케이스 관련 부위로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만, shoulder sprain (어깨 염좌)과 같은 진단을 받으시면 어깨를 케이스 관련 부위로 넣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치료를 진행해 나가시면서 보험사쪽 의사, IME를 만나시게 되는데요. IME는 여러분들이 받고 계신 치료와 부상 부위에 대한 일종의 감사를 하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IME소견서를 근거로 치료를 허가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부상으로 일을 못하신 기간이 있다면 대체 임금 (lost wage)를 청구합니다. 사고전 세전 소득의 2/3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액수입니다. 미용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한인 분들이 임금을 현금으로 받고 계신 까닭에 사고전 임금 수준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는 고용주 쪽에서 제공하는 페이롤을 통해 사고전 소득이 정해집니다. 


임금과 별도로 미용업 소득의 상당 부분이 팁을 통해서 사실상 나오는데, 팁은 따로 세금 보고를 안하시는 까닭에 사고전 소득으로 인정받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사고가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 온전한 보상을 바라시는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팁에 관한 장부를 하나 따로 마련해 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실제로 제게 팁을 받으신 날짜와 액수를 성실하게 정리해 온 손님이 한분 계셨는데, 그 기록을 근거로 그분은 임금 뿐만 아니라 팁까지 합산하여 사고전 소득으로 인정받게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케이스를 완전히 끝내는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란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제 경험상 한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치료야 몇 달, 혹은 1-2년이면 끝나겠지만, 보상까지 이어지는 법적 절차를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치료가 완전히 끝난 여러분들은 우리쪽 의사와 IME로부터 영구적 부상에 대한 소견을 받아 목돈 보상을 요청합니다.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시는 의뢰인들께 저는 “치료가 도움이 안되었던 정도에 비례하여 보상을 청구해 드릴테니까, 힘 내시고 치료 열심히 치료 받아 보시라”라고 위로를 드리곤 합니다. “치료가 도움이 안되었던 정도”가 바로 영구적 부상의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상, 모든 미용업 의뢰인들을 나의 형동생, 누이처럼 여기고 그분들의 치료와 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섬세한 변호사 박희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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