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산재보험법
뉴욕에서 산재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근로 중 다친 근로자를 도와드리는 변호사이구요.
이번 주제는 간병인입니다. 간병인. 홈케어 에이전트에 소속되어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간병을 하는 분들이지요. Home Care Aide라고도 불리는 이 직업은 특히 노년층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분들입니다. AI나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함으로 인해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미래에도 수요가 꾸준히 늘어갈 것으로 예상 하는데요. 그것도 그럴 것이,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환자와 직접 접촉을 하면서,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등, AI나 기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간병인은 환자를 직접 다루면서, 아무래도 신체접촉이 많은 직업이다보니, 직무 관련 사고도 생각보다 많은데요. 30여개의 간병인 케이스를 접하면서 가장 흔하게 보는 경우가 환자를 부축하여 이동하는 중에 환자가 중심을 잃으면서 같이 넘어지는 경우입니다.
외부 병원에서 환자가 어떤 검사를 받는 것을 돕다가 다치는 경우도 있었구요. 환자와 상담 중 의자가 무너지면서 다치는 경우도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환자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이동 중에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구요.
환자 대신 약을 타러 가다가 길거리에서 넘어진 사고도 있었습니다. 환자의 집을 청소하다가 몸이 심하게 다친 사례도 있었고, 심지어 환자 대신 집안에 출몰한 쥐를 잡다가 다친 사례도 제게 있었습니다.
환자를 돌봐주셔야 할 간병인이 오히려 근무 중 다쳐서 저를 찾아오실 때, 저는 이분들을 잘 도와 드려야겠다는 신성한 의무감을 느끼고는 합니다. 그것이 간병인 의뢰인 뿐만 아니라, 그분들을 의지하는 환자를 위하는 길이니까요.
간병인 케이스의 특징은 간병인의 업무가 대부분 방문하는 환자의 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환자의 집이 곧 직장으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집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대부분 직무 관련 사고로 성립하게 됩니다. 환자와 같이 넘어진 사고, 미끄러져 넘어진 사고, 청소 중 일어난 사고, 앉아있는 의자가 무너지며 넘어진 사고 등이 이 범주에 해당됩니다. 환자와 동승한 자동차 역시 곧 직장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 역시 직무 관련 사고로 성립됩니다. 환자를 돕기 위해 하던 어떤 활동 중 일어난 사고는 그것이 비록 환자 집 밖에서 일어났다 하더라도 역시 직무 관련 사고로 성립됩니다. 환자 대신 약을 타러 가다가 넘어진 사고, 환자와 함께 병원 검사 도중 일어난 사고가 이 범주에 해당하겠습니다.
뉴욕 산재보험법에 의거, 직무관련 상해를 입은 근로자는 사고가 일어난지 반드시 30일 내에 직장에 보고하셔야,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요. 제 경험상, 간병인 의뢰인들은 100% 사고 직후 홈케어 에이전트에 즉각 사고 사실을 알리셨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다침으로 인해 환자를 돌보는 업무의 수행이 어려운 까닭에 휴직 처리하기 위해 하시는 행동이었겠습니다만,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즉각 보고가 자신의 법적 권리를 보장해 드렸던 것이지요.
간병인 분들은 사고가 일어나면 대부분 먼저 뉴욕의 유명한 소송 변호사를 찾아 가십니다. 그리고 상담을 거치면서, 당신들의 케이스가 소송 대상이 아닌, 직무관련 클레임을 알게 되면서 저를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무관련 클레임과 소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직무관련 클레임은 소송처럼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닌 노폴트 제도를 따르며, 직장이 들고 있는 종업원 상해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이 청구된다는 사실입니다.
홈케어 에이전트는 직장상해 보험을 잘 들고 있고, 사고 보고도 빠르게 이뤄지는 까닭에 클레임 넘버도 비교적 빠르게 나옵니다.
치료를 진행해 나가시면서 일을 못하신 기간은 대체 임금 (lost wage)를 청구합니다. 사고전 세전 소득의 2/3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액수입니다. 간병인 분들은 부족한 보수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홈케어 에이전트에 소속되어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사고와 관련이 없는 홈케어 에이전트에서 받던 보수에 관한 정보도 필요한데요. 두 곳의 홈케어 에이전트와 일하고 있던 간병인이 사고로 인해 두 곳 모두에서 일을 모두 못하게 될 경우, 양쪽에서 받던 임금을 합산하여 대체 임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케이스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간병인 여러분들도 조금이라도 사고와 관련있다고 생각하시는 모든 부위들을 클레임에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치료 뿐 아니라 보상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 요령은 사고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하는 부위들 모두에 대해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진단이란 개념이 생소한 일반인들에게 저는 “통증의 이름”이라고 설명해 드립니다. 사실 “통증”은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요. “진단”이 붙음으로 인해 사고와 통증의 인과관계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knee pain (무릎 통증)이라고 하면 케이스 관련 부위로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만, knee sprain (무릎 염좌)과 같은 진단을 받으시면 무릎을 케이스로 넣을 수 있습니다.
치료는 뉴욕 산재보험법의 Medical Treatment Guideline(치료 지침)을 따라 진행됩니다. 줄임말로 MTG라고 하는데, 목, 허리, 어깨, 무릎, 그리고 Carpel Tunnel Syndrome과 같은 부상 부위 별로 지침이 이미 다 마련되어 있습니다. 치료가 차도가 없는 경우에는 MRI등 정밀 검사를 받은 후 의사께서 수술을 요청하시기도 합니다.
간혹 여러분들께서 수술이 케이스에 도움이 되느냐라고 물어오시는데, 수술이 보상액을 많이 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일정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술을 받으실 때는 그 후유증을 잘 생각해 보시고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다뤘던 간병인 케이스에서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일정 수준의 치료 후 일터로 복귀하셨습니다. 그러나 심한 부상 때문에 몇 년 이상 일터로 복귀 못하시는 의뢰인이 제게 세 분 계시는데, 이 세 개의 케이스는 아직 치료가 진행 중입니다.
케이스를 완전히 끝내는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란 질문을 해오는 분들이 계신데요. 제 경험상 한 3년 정도, 수술을 받으신 경우에는 한 4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치료야 몇 달, 혹은 1년, 2년이면 끝나겠지만, 보상까지 이어지는 법적 절차를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치료가 완전히 끝난 여러분들은 우리쪽 의사와 IME로부터 영구적 부상에 대한 소견을 받아 목돈 보상을 요청합니다.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시는 간병인 의뢰인들께 저는 “치료가 도움이 안되는 정도에 비례하여 보상을 청구해 드릴테니까, 힘 내시고 치료 열심히 치료 받아 보시라”라고 위로를 드리곤 합니다. 치료가 도움이 안되었던 정도가 바로 영구적 부상의 의미입니다.
이상, 모든 간병인 의뢰인들을 나의 형과 누이처럼 여기고 그분들의 치료와 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섬세한 변호사 박희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