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숨 03
2024년 12월 어느 날에…
거리와 건물은 연말의 옷을 입었고, 쇼핑 몰과 카페는 캐럴 연주가 이어진다.
곳곳에서 한 해를 회고하거나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얼마 전 지난 끔찍한 기억과 소리친 연대의 이야기도 함께다.
올해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웠다는 이야기부터
회고 관련한 템플릿 광고가 인기다.
새로운 다이어리와 펜을 준비하라는 광고는 필기구에 진심인 내게 큰 도전이다.
모임과 단체는 송년회를 열거나 회원 모집과 후원을 독려하는 일에 분주하다.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면 다시 아침이 오는 단조로운 반복이 계속되는 것인데
마음은 몇 장 남지 않은 다이어리와 날짜 앞에서
미처 내지 못한 성과를 어떻게든 완성시키려고 하고,
미루던 일들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자의적 시달림의 날을 보낸다.
그렇게 여러 모양과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12월을 보낸다.
2024년, 내겐 쉽지 않은 한 해였다.
매번 고민가운데 선택과 결정이 반복된 날이었다.
머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피곤하고, 마음은 쉴 새 없는 불안에 시달리기도 했다.
생각과 불안은 참으로 적응 안 되는 것들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적응 안 될 것이다.
하기야 이게 어디 2024년뿐이었을까. 2023년에도 비슷했었고, 그전에도 그랬다.
12월의 글은 대부분 센티하다.
한 해의 일상을 마친다는 것은
그동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떠나보내는 것이며.
또 한 해의 일상을 맞이한다는 것은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기대하는 설렘이다.
그 ‘경계’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마친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나 그 정도면 괜찮다는 것, 새로운 내일 있다는 것,
다이어리 가득 채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 더 놀라운 이야기를 채워 갈 다이어리를 산다는 것.
이루어진 일이 끝이 아니라는 것, 이루어진 일은 새로운 일의 원인이라는 것.
과거 안녕의 시간은 지났으나, 영원한 안녕과 가까워졌다는 것.
분할과 이음의 12월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