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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May 18. 2024

16. 체조 공주 아인이의 강점

목표 정하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자세


4학년이 되어서 아인이는 자기 휴대폰이 생겼다.

이유는 단 하나.

언니도 4학년 때 처음 사줬다는 것.

문제는 언니는 01년 생이라, 그 당시에는 1학년때부터 폰이 있던 아이가 몇 명 안 됐던 시절이었고,

아인이 친구들의 경우, 이른 경우 6살 때 처음으로 키즈폰을 들고 어린이집에 온 아이가 있었다.

모든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아빠는 꿋꿋하게 4학년을 고수했다.


2-3학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학원 차에서, 또는 잠깐 대기하는 시간이 있을 때

아이들이 키즈폰으로 서로 사진을 주고받고, 함께 게임을 하는데

아인이는 전화기가 없다 보니 소외감을 느끼고 화가 나는 시간들이었다.


3월 1일, 드디어 고대하던 키즈폰을 손에 쥐게 되었다.

아빠, 할머니,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려 주는 기쁨이란!


찬 바람이 매섭던 날, 새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표정이 무척 밝다.


엄마는 그래도 조건을 달았다.

엄마는 휴대폰을 비용과 이용료를 내는 이유가 아인이의 학습, 생활, 연락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휴대폰 과다 사용과 오남용으로 엄마와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게임하고 갈등 생기자고 돈 쓰는 거 아니라고. (맞지 않나??? ^^;;)


아인: "그럼 뭐에 써? 애들은 주로 게임하던데?"

엄마: "사진을 찍고 불가피하게 친구들하고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오케이. 하지만 휴대폰에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어플도 많고, 정보 검색할 때 쓸 수도 있어. SNS 잘못 써서 문제가 생기는 건 곤란해."

아인: "난 사진 찍고, 가족하고 연락하는 데 쓸 거야."



마음먹은 대로, 그냥 한다. 

물론 동영상도 보고, 문자도 보낸다. 그리고 다양한 어플의 사용법을 찾아보고 

인증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자 보내는 법, 이메일에 파일 첨부해서 보내는 법, 밴드 가입해서 글 쓰는 법, 

글그램으로 예쁜 이미지에 글 써서 이미지 만드는 법, 녹음하는 법을 익혔다.


키즈폰에는 다양한 인증이 가능한 관리 어플이 있다. 이를 닦으면서 켜 놓으면 캐릭터를 모으는 어플을 애용한다. 매일 2-3번 켜고 양치질을 하다 보니 몇 달 만에 160개를 모았다. 

몇 퍼센트 달성했는지도, 몇 개 남았는지 계산해서 알려 준다. 


인증하면 포인트가 쌓인다!

뭐에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루 일과를 모두 인증 시스템에 등록을 해 놨다. 

책 읽기, 책 낭독하기, 피아노 연습, 중국어 학습, 식탁 닦기 등등

하고 나서 인증을 하면 5포인트씩 쌓인다.  

지금까지 300포인트 넘게 모았다.  


아침 시간이 바쁘다. 

6시에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해 놓고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는다. 

메뉴도 미리 정해 놓았다. 엄마가 전날 타협을 해 놓지 않으면

어떤 날은 요구르트 하나 먹고 다 먹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양치질, 중국어, 읽기, 낭독하기, 피아노 치기 등등을 부지런히 '해치운다'.

ALL CLEAR!

7시 반쯤이면 다 끝내기 때문에 8시 20분에 학교 간다고 집을 나서기 전까지 40-50분은 여유롭게 보낸다. 


그렇게 '빈둥'거릴 시간에 엄마는 뭔가를 채워 넣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그래서 슬쩍 물어본다.

"아인아, 피곤할 텐데 차라리 한 시간을 더 자지, 너무 일찍 일어나는 거 아냐?"

"그래야 쉴 시간이 있지!"

...

그렇지. 쉴 시간이 중요한 아이지. 



 

내일은 일요일. 

아인이는 다음 주에 체조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 이야기는 내일...)

오늘은 반 친구들 모두한테 편지를 쓰겠다고 해서 편지지를 만들어 출력하고, 손 편지를 썼다. 

하루 종일.

내일은 영상을 만들어야겠다며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캡컷으로 짧은 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달란다. 

...

그러면서 할 일을 나열해 보더니, 써야겠다며 방에 들어갔다. 


한참 조용히 있길래 들어가 보니 이렇게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쓰고 있었다. 


지난주 학원에서 받아온 팝콘 상품을 먹으면서 같이 영화 보자는 계획이 

엄마는 제일 마음에 든다. 


"이거 다 할 수 있겠어?"

"엄마, 난 하루 24시간도 모자라~~~"


계획을 알아서 짜 주니까 참 좋다, 아인아~~ ^^

(이 말을 듣고 무척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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