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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May 21. 2024

18. 작별 인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지 않아

아인이의 마음 정리법


지난 금요일...

테스트를 보고 나서 체조부 여자 선수 담당 선생님은 "아인이가 소질도 있고, 마음에 들어요. 전학 와서 선수 활동하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남은 것은 전학. 언제 할지가 관건이었다.

4학년이라 늦었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전학 절차를 물으니 선생님의 답이 애매해졌다. '체육부 담당 선생님도 계시니, 테스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퇴근하셔서 바로 말씀드릴 수가 없다, 운영 위원회에서 승인을 해야 전학이 가능하다' 등등. 여러 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2주 정도 걸리나요?"

결론은, 아니란다. 1주일 안에 진행이 될 거란다. 저녁에 두 번 더 연락을 주셨다. 담당 선생님하고 연락이 됐고, 마침 교장 선생님이 계셔서 상황 보고를 드렸더니 진행을 하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월요일에 아인이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나서 다시 통화하기로 했다.


 



그 사이 아인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ㅊ초등학교를 나서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함께 연습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안전상 문제로 외부인은 함께 훈련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잠시 구경만 하다가 나왔는데, 전학을 오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다는 말에도 마냥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 막상 전학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 가고 싶기도 한데, 정든 학교를 떠나고 싶지도 않아. 우리 학교에 체조부가 있었더라면!"

아인이는 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투덜거리고,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 대한 불만을 많이 얘기하던 아이여서 이렇게 말하는 게 의외였다. 그토록 가고 싶어 했는데 드디어 가기로 결정이 났다고 폴짝폴짝 뛸 줄 알았다.

친구들, 선생님, 학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했던 게 그만큼 더 재미있게 즐겁게 다니고 싶었던 마음의 표현이었구나 싶었다.


집에 와서는 훌쩍훌쩍 울기까지 했다. 안아주면서 뭐라 해야 할지, 상실감을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 가만히 안은 채 기다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인이는 계획을 말했다.

"내일 친구들한테 줄 편지를 써야 하니, 내일 아침에 밥 먹자마자 문방구에 가서 편지지를 사러 갈래."   

편지를 반친구들 모두에게 써 줄 것이고, ㅇㅇ노래를 배경 삼아 인사말을 할 테니 엄마는 영상으로 찍어서 캡컷으로 편집을 해 달란다. 그리고 선생님한테 월요일에 시간을 좀 내 달라고 부탁해 달란다. 친구들한테 영상도 틀어서 보여 주고, 편지도 전달해야 하니까.


'아인아, 넌 계획이 다 섰구나!'



토요일 일요일 주말 내내 29명에게 줄 편지를 썼다. 편지지는 사는 대신, 원하는 모양으로 색지에 인쇄했다. 반 친구들 명단을 뽑았고, 여자, 남자로 나눠 놓고 여자 아이들에게 먼저 쓰기 시작했다. 명단을 작성해서 4명에게 쓰는 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괜히 손 편지 썼네! 컴퓨터로 칠걸!" 후회하면서도 하나씩 써 내려갔다.


나는 그 많은 아이들에게 쓸 말이 다 있다고 하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슬쩍 보니 내용은 아래와 비슷했다!


  ㅇㅇ아,     

  나는 올림픽 선수하러           

  ㅇㅇ초등학교로 전학을  가.    

  내 자리가 비어 허전하면        

  내가 여행 갔다고 생각해 줘.    

  만날 기회는 언제나 있을 거야. 

 (이사 안 감)                          

                        아인이가       

 

전날 밤, 현관 앞에 준비해 둔 가방과 선물.  엄마가 낮잠 자는 사이 간식도 준비했다. 그리고 월요일 등교. 이제 두 번만 더 가면 ..

 


예정대로라면, 

월요일에 작별 인사를 하고 화요일에 전학 가는 것이었다. 

아무리 서두르라고 해도 좀 심하게 서두르는 것 같아 수요일에 가기로 했다. (엄마 일정도 있고;;;)

그런데 막상 체조부 선생님과 통화를 해 보니, 목요일에 오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루 미뤘던 전학이 이틀 뒤로 늦춰졌다. 


"엄마! 그냥 내일 가면 안 돼? 

하루 더 가야 한다고??? 

가기 싫어!"


어쩌겠니. 선생님이 목요일에 오라고 하시는데. 


"난 빨리 ㅊ학교에 가고 싶어~~~~"



아인이가 원하는 대로 선생님은 마지막 교시에 아인이에게 시간을 내주셨다. 대만족이었다.

영상으로 대신하려던 인사를 앞에 나가서 하고, 편지와 간식을 나눠 줬다고 했다.  

여자 친구들 중에는 '잉잉'하면서 우는 시늉을 하면서 가지 말라고 하는 친구가 있었고, 

남자아이들 중에는 편지보다는 간식을 준다는 말에 좋아라 했다고 했다. 아인이는 간식을 준비해 가길 정말 잘했다고 뿌듯해했다. 그리고 반 친구 전원의 연락처를 받았다고 좋아했다. 



이렇게 해서 아인이는 마음의 정리를 완벽하게 끝내고 새 학교로 갈 준비를 마쳤다.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도 했고, 작별 인사를 나눌 행사도 원하는 대로 진행했다. 

아이들도 기대했던 대로 반응을 보였고,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내일은 아이들과 새 학교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작별 인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지 않는 것도 꽤 좋은 것 같다. 

아인이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겠지만... 

하루를 더 가는 건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이틀이라니! 


엄마는?

하루를 번 기분이다. 

지난 사흘 동안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는데 숨통이 조금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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