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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Jul 07. 2024

23. 이 체조복이 갖고 싶어!

체조하는 아이들은 뭘 입을까? 시몬 바일스는 나의 영웅

GK Elite

큰 딸이 발레를 시작했을 때는 발레복을 사줬다. 어릴 때는 튜튜치마가 붙어있는 일체형 중에서 골랐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레오타드와 튜튜 치마를 따로 샀다. 물론 레깅스와 발레 슈즈는 기본이었다. 그렇다면, 체조를 하는 아이들은 뭘 입고 체조 연습을 하고 대회에 나갈까? 



체조하는 아이들은 뭘 입을까?  

작년 4월부터 1년 다녔던 학원에서는 복장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운동하기 편한 옷차림으로 갔다. 둘러보니, 헐렁한 추리닝에 티셔츠를 입은 아이부터 수영복 같은 레오타드에 짧은 바지를 입은 아이까지 다양했다. 대부분은 여자 아이들이었고, 남자아이들은 운동복을 입었고, 여자 아이들은 다양한 조합이었다. 아인이는 학교에서 선물 받은 티셔츠에 레깅스를 입고 다녔다. 레오타드나 체조선수용 연습복을 사고 싶어도 국내 사이트에서는 찾기가 힘들었고, 학원에서는 갖춰야 할 복장이 없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열심히 찾아보기는 했는데 발레나 축구처럼 명확한 안내가 없었다. 워낙에 검색에 약해서 못 찾나 했지만, 대중적인 운동에 비해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선생님께 문의하니, 보통 GK Elite라는 미국 유니폼 회사 제품을 구입한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에 어린이날 선물과 생일 선물로 두 번 직구를 해 봤다.     


https://www.gkelite.com/


국내 사이트에서는 찾기 그리도 어려웠는데 체조복이 다양한 가격대에 수 백가지가 있어서 처음에는 둘러보기 바빴다. 다 좋아 보이고, 다 멋있어 보이고, 다 화려해 보였다. 게다가 가격대도 합리적이었다. 할인하는 제품들도 많았지만, 아동용은 십몇 불부터 60불 정도였고, 성인용은 60-70불이면 괜찮은 디자인이 꽤 있었다. 


연습복과 대회복의 차이는 소매

 

아인이와 함께 신나게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보이면 새 창에 띄우면서 골라봤다. 체조복이 민소매와 긴소매로 나뉘고, 아동복은 쇼트팬츠도 세트로 제공하는 것도 있었다. 아인이가 고른 디자인은 주로 긴 팔이었다. 소매가 망사로 되어 무늬가 들어가니 예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연습복은 다 민소매였고, 긴소매는 대회용이었다! 선생님이 민소매로 사라고 권해 주셨던 이유를 사 입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워밍업 운동을 하고 나면, 몸에 열이 나서 장시간 운동을 하기에는 긴소매 체조복은 덥다고 했다. 오히려 위아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가 더우면 벗고, 운동 후에 땀이 식어서 추우면 입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긴소매 체조복을 샀더니, 몇 번 입어보지 못하고, 옷장에 기념품으로 남겨 두게 되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이월 상품들은 할인해서 판매한다. 사이즈가 많이 빠져서 선택의 폭이 좁지만, 원하는 사이즈가 있으면 꽤나 괜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위의 민소매 체조복은 기본 연습복이다. 선생님이 민소매를 추천하는 이유는, 소매가 있으면 덥기도 덥지만, 쓸리기도 하고 불편하다고 하셨다.  

  

대회복은 가격대가 더 높기도 하고 화려하다. 그렇다고 해서 터무니없이 비싸지도 않다. 


맞춤이 가능한 체조복은 300달러 전후인데, 체조 선수들이 입고 찍은 사진이라, 더 멋있어 보인다. 


 


아인이의 연습복


초등학교 운동부에서는 연습복을 입고 훈련을 한다. 처음 운동부 테스트를 하러 가서 보니 레깅스에 티셔츠 차림은 한 명도 없었다. 남학생은 남학생대로, 여학생은 원피스 수영복 같은 레오타드 하나 입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체조할 때는 모두 맨발로 훈련을 한다. 


작년 5월에 샀던 체조복은 작아져서 입을 수가 없었고, 여름에 생일 선물로 샀던 체조복은 너무 컸다. 그나마 맞는 것은 긴팔이어서 연습할 때 입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대회복으로 썼던 체조복 하나가 여분으로 있었다며 주셨고, 연습복을 따로 주문하기로 했다.


국내에 GK Elite 한국 총판(?)이 있어서 그곳을 통해서 구매하면 된다고 한다. 선생님이 보내 주신 디자인 두 개 중에 아래 모델을 주문했는데, 2주가 걸린다고 했다. 그동안은 학교 대회복을 연습복으로 썼다. 


GK Elite 연습복, 현재 아인이가 입는 것이다

체조복이 왔다. 

"엄마! 이거 너무 안 예뻐! 누가 고른 거야?" 

엄마가 골랐지. 투덜거리는 모습에 조금 서운했다. 다른 디자인은 분명 마음에 들지 않을 반짝이 하늘색이었기 때문에 세련된 까만색이 밋밋해도 괜찮다고 할 줄 알았다. 



아인이의 장점은 안주하지 않는 것 

 (때로는 단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체조복을 입게 되었다며 체념하지 않고,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서 원하는 체조복을 검색해서 보여 줬다. 열 개 정도 탭을 열어서 하나씩 내게 보여 주며 장단점과 마음에 드는 점을 다시 짚어 보고, 최종적으로 살지 말지 결정을 내렸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고, 설명을 해나가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떠오르면 가차 없이 탭을 닫아 버렸다. 


그렇게 해서 세 개로 줄였다. 그 사이트에서는 100불 이상 주문하면 무료 배송이라고 하길래, 세 개 다 사야 하나 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무료배송이라고 하더라도 한국까지는 배송비가 붙는다. 게다가 요즘 1400원이 넘는 환율까지 생각하니, 보이는 금액보다 훨씬 올라갈 거라 조마조마했다.  



"하나만 살 거야, 엄마!" 하더니 최종적으로 고른 것은 시몬 바일스, 세계 1위 선수가 입고 찍은 파스텔톤 연습복이었다. 


GK Elite에서 파는 체조복. 시몬 바일스 디자인이고 직접 입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든다!

"너무 예뻐!!!!"

비명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며 뚫어져라 화면을 보는 아인이. 옷이 예쁘다는 줄 알았는데, 아인이의 롤모델 시몬 바일스가 예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근육미를 한껏 뽐내는 모습이 더더욱 멋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다. 나는 과도하게 근육이 자란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다. 한 달 만에 근육이 붙은 아인이의 곡선도 낯설게 여겨지는데, 선수들의 라인에 '아름답다'보다는 '대단하다'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학교 선생님을 통해 주문했다. 직구하는 절차의 번거로움도 덜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입을 거라 할인도 받아서 나도 만족스럽다. 이번에도 역시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주문한 지 1주일이 되었으니, 1주일만 더 기다리면 도착할 것이다. 아인이는 기대에 부풀어 도착 예정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시몬 바일스를 만나는 게 꿈이라는 아인이, 조만간 시몬처럼 파스텔색 체조복을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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