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자 집에 들어서자 옛 모습의 풍경들이 퉁그러진다
중정을 비우고 사방을 방으로 메웠던 네모난 익선동
옛집에서 만나는 고향
잘 포장되어 진열된 집안 칸칸이
사라진 흔적들을 모아 익선동을 불러낸다
아이가 있다
중정 가운데 꽃밭엔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샐비어 과꽃이 피고
샐비어 꽃잎을 뽑아 하얀 꼭지를 입에 문 아이는 이리저리
깨금발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눈에서 논다
길 잃은 오빠의 손을 꼭 잡고 헤매던 골목길도 거기였다
아이가 물었다 네 속에 내가 있을까
툇마루에 앉아본다
토막 나서 달아난 조각들을 이어 군데군데 비어진 채로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이 섞이는 모호한 경계 앞에
겹겹이 색을 입히며 사소한 것들을 찾아낸다
어디로 갔을까, 그 아이
샐비어 저토록 붉어 한옥마을의 얼개에 맞추어진 듯 어울리는데
주소마저 지워진 옛집에서 갈 곳 없는 마음이 놀고 있다
낯선 풍경처럼 멀고
그 아이는 이제 거기에 없다
나를 닮은 그림자 하나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