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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Oct 25. 2023

미용실 그녀

미용실

 미용실을 찾다 


 ‘쉬즈’, 내가 다니는 미용실이다. 

  외부는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쓰인, 크지 않게 네모난 간판이 매달려 있는 것이 전부이고, 내부는 한눈에 봐도 깔끔하다. 

  내가 이 미용실과 인연을 맺은 지도 10년이 훌쩍 넘은 듯하다. 50대 초반의 그녀에게 머리 염색을 맡기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미용사나 요리사란 직업이 그다지 좋은 직업군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그 위상이 높아져 대학에서도 전공이 생기므로 높은 직업군에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그녀에게 일을 언제부터 시작했는가를 물어보니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며칠 후 얘기 좀 더 들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얼마 후 나는 다시 미용실을 찾았다.

  이 일을 어떻게 시작했느냐에 질문에는, “내 팔자가 이건가 봐요. 중간에 갑자기…” 하며 말 끝을 흐렸다.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했나 물으니 시골에서 살았고 무지한 상태에서 무얼 하겠다는 꿈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 집이 부자가 아니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옷가게도 다니고, 회사 경리도 해보고 여러 직업을 다니다가, 미용을 배워볼까? 해서 학원을 찾아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싫지가 않더란다. 재미있더란다. 나는 다시 몇 년이나 했느냐고 물었다

  “20년이 넘으면 우린 그걸 기억 안 해요. 한해 한해 21년 22년 안 따져요. 얼마나 되었느냐는 의미가 없어요. 이 일은 기본적으로 6, 7년은 무조건 지나야 해요. 왜냐하면 난다 긴다 해도 내 손에 익으려면 5, 6년은 접고 들어가야 해요. 그러면 그 지점에서 봤을 때 가만히 있으면, 세월이 지나면 잘 자르느냐, 그거는 아니에요. 만약에 여기 2,30년 되시는 할머니 상대하시는 분들 저보다 더 경력이 많지요. 나이를 먹었으니까. 근데 젊은 사람 머리 못 다루잖아요.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를 안 하게 돼요. 왜냐하면 공부해 봐야 소용이 없거든요. 다 할머니 손님이니까. 저는 젊은 사람 오니까 공부해야 하고, 그 차이인 거예요. 할머니 상대하는 사람은 젊은이가 들어와야 기술을 써먹는데 젊은 사람이 안 오니까 계속 도태되는 거예요. 거기서 끝이죠.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이 오면 그 한 사람 때문에 기술 배우겠어요? 못 배우죠. 배운다고 해도 잊어버리는 거예요.” 자기 직업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다. 재주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가의 질문엔, “하다 보니까 이게 나한테 맞네. 한 거죠.” 만족하느냐에는, “그러니까 안 그만두는 거지요. 재미있어요. 잘라 가지고 예쁘면 기분이 좋아요. 일이 재미있어야죠. 하기 싫지 않아야죠. 저는 하기 싫은 적

이 없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늘 출근하기 싫어. 그럴 수 있잖아요? 저는 여태까지 한 번도 출근하기 싫었던 적이 없어요. 내 일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출근하기 싫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녀는 부지런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습관이다라는 얘기는 내가 이 미용실을 다니면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녀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이기에 자기의 직업에도 철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밑에서 얼마나 있었는가에 대답은 이렇다. “몇 년 있었지요. 기본으로 5년 접고 들어가지요.” 좋은 곳에서 일했는가에 대해서는, “아, 그게 좋은 데가 늦어. 2년을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큰 데는 샴푸만 3년을 시켜. 어린 사람들이나 가야 하는 곳이지요. 나는 빨리 배워서. 유명한 데, 잘하는데 갔던 건 아니에요. 배운다고 다 잘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거예요. 자기 재주인거지. 큰 곳에 간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죠. 오산이에요. 배우고 나면 다 자기 몫이죠. 내가 자꾸 개비를 해야 해요. 지금도 가끔 공부하는데요. 어제도 공부했어요. 공부라기보다는 남의 선생님들 하는 거, 유튜브로 많이 보고 그래요. 제가 활용할 게 있으면 활용하는 거예요. 자르는 거 다 비슷하지요. 제가 자르는 거나 그들이 자르는 거나. 그런데 보면 그 부분은 그렇게 자르는구나 하고 배우는 거예요. 뭐 단발 자르고, 커트 자르고 이걸 배우는 게 아녜요 자르면서 요렇게 해서 꺾어 자르면 조금 더 낫겠다는 것을 배우는 거예요. 다 잘라  봤는데 머릿속을 여기를 친다던가(손동작으로 나타내며) 요렇게 치면 그렇게 된다든가 그런 거, 그런 테크닉을 배우려고 유튜브 보는 거지요. 지금도 궁금해요. 만약에 지라시 커트를 내가 치는 방식이 있잖아요? 근데 다른 선생님 것 보면은 아 저 선생은 저렇게 겉쪽을 들어서 치는구나. 그 선생님이라고 해서 또 잘 자르는 머리를 자르는 건 또 아니에요. 다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죠. 그 차이예요.” 그녀는 처음에 남의 밑에 있을 때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한 번도 꾀를 부리지 않아서, 특히 주인이 없을 때 더 주위를 청결하게 청소를 열심히 했는데, 보여주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람을 느끼냐는 질문엔, “재미있어요. 파마 말 때도 재미있어요. 하기 싫지 않아요.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고, 하기 싫은 적도 없지만 엄청나게 재미있을 때가 많아요.” 라 한다.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없어요. 이 일요. 할 수 있다고 다 하는 일 아녜요. 소질이 있어야지요. 10년 한다고 기술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못하는 사람들 끝까지 못해요. 그러면 맨날 세월만 낚고 있으면 잘하게요? 아냐. 못 깎는 사람은 10년이 지나도 못 깎아요. 말했다시피 이 일이 하고 싶다고 내일 바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기본적으로 5, 6년 배워야 돼요. 시간이 오래 걸려, 함부로 못 덤비죠.”  그녀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에너지가 넘친다. “저는 별거 아닌 것 같고도 엄청 기뻐하고 그렇게 좋아하고 그러잖아요. (웃음) 조그만 일 같고도 엄청 행복해하고, 엄청 재미있고 그래요.” 걷는 거 좋아하고 그래서 2 km가 넘는 집에서 미용실까지 조금 멀어도 걸어서 다닌다고 말한다. 

일은 그만두는 시기에 대해선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거라고 말하는 그녀. 일을 잘해도, “내가 다리가 아프거나, 팔이 아프면 일을 못하잖아요. 평생직업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람이 있어요. 엄청 솜씨가 좋은 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만두는 사람들요. 어떤 사람은 ‘평생직이라 좋겠어요.’하는데 장담이 안 되죠. 관리는 열심히 하지만 장담은 못해요. 운동은 열심히 해요. 도움이 되니까.” 

  그녀는 미용기술과 음식 만드는 것을 동일시하며, 예를 들어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를테면 “김치찌개 잘 끓이는 사람, 된장찌개 잘 끓이는 사람이 있잖아요.”  음식도 한 가지 잘하는 사람, 두 가지, 다섯 가지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가지 다 잘하는 사람이 있듯이 미용도 짧은 머리, 긴 머리, 파마머리 등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다 잘하는 사람은 쉽지 않다는 것이 지론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들거든요.” 

  이사를 했음에도 내가 차를 타고 일부러 그녀에게 가는 것은 머리를 손질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떨 때면 꿀꿀했던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은 그녀에게서 풍겨지는 환한 것들이 내게 들어와서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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