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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Sep 20. 2024

억새

억새


청해


겨울 들녘

이삭이 깃털들을 훌훌 떠나보내고

생기를 소진한 마른 몸이 서있다

빈 몸으로 서서 칼바람을 맞는다

쓰러졌다 일어났다 다시 쓰러졌다

기어이 서로를 부추기며 일어선다

찬바람에 뿌리가 얼어버리면 

발밑 풀싹들 샛노란 꿈마저 얼어버릴까

바람 구두를 신고 허공을 떠도는 불한당 씨앗들에

영토를 내어줄까

햇것들이 제 키를 훌쩍 넘어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미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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