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위한 시 1
- 플라타너스의 철학적 고백 -
내가 싫어졌습니다. 잔바람에도 영혼의 뒤편까지 흔들리는 내가 싫어졌습니다.
새들이 날아와 똥이라도 싸는 날이면 ‘날 가만히 놔두란 말이야’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늘도 나는 큰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바람이 불고 하늘을 날던 새들도 제 둥지로 날아가고, 그래도 혼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산다’는 건 뭘까, ‘사랑한다’는 건 뭘까 생각하며 서 있습니다.
문득 ‘관계(關係)’라는 말이 떠올라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뒤 꽁지를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