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문제는 리더야 이 바보들아

세계 2차 대전 때에 매일 수많은 미군의 비행기들이 전투에 참여하였습니다. 목숨을 건 전투들이 끝나고 간신히 기지로 돌아온 비행기들의 날개에는 수많은 총탄 자국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어느 지휘관은 조종사들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하여 비행기의 날개에 철판을 보강하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이 사례는 가설의 오류를 설명할 때 종종 소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전투를 마치고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비행기들의 날개에서 발견된 총알 자국들은 반대로 말해서 기지로 살아 돌아올 정도만큼만 피해를 준 것들이고, 조정석이나 엔진에 총알을 맞은 비행기는 기지로 돌아오지 못한 것뿐입니다. 


전투에 참여하여 비행기들이 격추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들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기지에 남아서 돌아오는 비행기들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눈앞에 있는 현상들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비행기의 격추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돌아오지 못한 전투기들을 왜 못 돌아왔는지를 먼저 분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돌아온 비행기들을 살피는 것보다 먼저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피상적인 현상에 매달려서 잘못된 개선의 방향에 모두 매달리게 되는 이러한 오류의 중심에는 지휘관이 있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지휘관이 만약 현장 경험이 없고, 독선적이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이라면 그 잘못된 방향으로의 개선은 더욱 심해졌을 것입니다. 


상황을 반대로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멍청한 리더입니다. 


더 최악의 상황은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철판을 덧붙인 비행기는 속도가 느려져서 적의 표적이 되기 쉬웠을 것이고, 연료 소비가 늘어나 비행거리가 줄어들어서 기지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는 통계 숫자에 잡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추락했는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오히려 반대로 운 좋게 비행기 날개에 총탄을 맞고도 돌아오는 비행기가 생기면, 날개에 철판을 덧대어 이렇게 생존율이 늘었다고 더욱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공군 조정사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통계의 오류일까요 


검증되지 않았을 뿐 실제 역사에서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평범한 상황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일이겠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리더의 판단의 오류는 조직에 매우 치명적입니다. 


멍청한 리더가 하는 착각들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무시하고 결정을 내리는 리더들은 본인이 매우 직관적이고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맹신합니다. 


독선적인 성급한 판단을 자주 하면서도, 그 리더는 본인이 매우 결단력 있고 단호한 사람이라고 착각합니다. 지금까지 그 자리까지 온 것이 운이 좋았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리더들은 자신의 무능함이 증명될 때까지 승진을 거듭합니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지 최고경영자는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눈에도 역시 그들이 매우 직관적인 감각을 가지고 결단력 있고 추진력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이 임명한 리더를 맹신합니다. 


막무가내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것을 추진력이라 부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소신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의견에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흑백논리로 해석합니다.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추진력과 소신에 뒷다리를 잡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해석을 하고, 자신의 결정에 재를 뿌리는 사람들이라고 적대시합니다.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박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입니다. 


직원들은 이미 누구의 잘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인재들이 그 회사를 떠나서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아무도 그것을 최고경영자에게 고언을 하지 못합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은 그들에게 바른 소리를 했다가 어떤 결과를 얻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집단은 매우 똑똑합니다. 리더들의 헛발질에 대해 매우 신속하게 그 사례들이 조직 내에 전파가 되어 직원들은 금방 다 알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최고경영자는 이러한 사실을 제일 마지막에 알게 됩니다. 


이미 주변에 인의 장막이 쳐지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서서히 한 명씩 사라졌을 것이고, 결국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들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최고경영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을 때쯤, 아니 애써 외면하다가 현실에 눈을 떴을 때면, 이미 사태가 악화가 된 다음입니다. 


 중간에 자기 입맛대로 최고경영자에게 직원들의 의견을 보고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태는 더욱 심각합니다. 그 조직에는 가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책이 올라갈수록 현장의 소리, 직원들의 소리가 직접 들리게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중간에 이런 채널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 문고리 권력의 맛을 알게 됩니다.  


오늘도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오히려 열심히 시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름만 들어도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기업들도 내부를 들여다본다면 전부 합리적으로 조직이 운영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안에서도 분명 말도 안 되는 판단을 하는 리더가 존재할 것입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기 때문입니다. 무능한 리더들은 진실이 드러날 쯤이면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러한 행동들을 반복할 것입니다. 그것은 그럴듯한 경력으로 둔갑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도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역량을 다 쏟아부어서 비행기 날개에 철갑을 두르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멈추기는커녕,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더 직원들이 하게 만드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최대한으로 기울이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그 원인을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조직의 상층부만 모르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오늘도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문제는 리더야. 이 바보들아"




작가의 이전글 이직을 하기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