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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가영 Jul 21. 2023

[책 리뷰]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그 속을 분석해 보며…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사건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본 글에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내용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음을 밝힙니다.*(출처, 스포 주의)


전직은 연쇄살인마. 하지만 현재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맞서고 있는 자인 김병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병수는 본인이 살인마였음을 기억하며, 살인범은 또 다른 살인을 저질러 본 사람만이 잘 알아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날은 김병수가 박주태라는 한 남성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그를 살인자라고 확신하며 경계하는데….

어느 날. 김병수는 본인의 딸인 은희가 박주태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 후부터, 박주태가 은희를 살해하고자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은희를 지키고자 마음먹은 김병수는 박주태를 상대로 스릴 있는 추격전을 벌이 고야 만다.

그러나, 김병수의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의 딸은 과거에 엄마와 함께 아버지 ‘김병수’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였다. 위 은희는 그저 김병수의 요양 보호사일 뿐. 더불어 박주태 역시도 살인자가 아니다.

이 모든 건 그저 알츠하이머 환자의 김병수의 뇌에 그려지는 환각, 착각일 뿐이다.

 

*위 줄거리의 출처는 모두, 이 책에 있음을 밝힙니다.*


대숲에서는 뛰면 안 된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죽을 수도 있다. 대나무를 베어내면 밑동이 남는데, 그것이 매우 뾰족하고 단단하다. 대숲에서는 그래서 늘 아래를 살피며 걸어야 한다. 귀로는 사각거리는 댓잎 소리를 들으며 마음으로는 그 아래 묻은 이들을 생각한다. 대나무가 되어 하늘을 향해 쑥쑥 자라나는 시체들을.
 _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의 18p 중에서
사냥용으로 개조한 지프였다. 차 지붕에 서치라이트를 단 것도 모자라 범퍼 위에 안개등을 세 개나 더 매달았다. 이런 차들은 트렁크도 물청소가 가능하도록 개조한다. 배터리도 두 개쯤 더 달고. 사냥 시즌이 되면 이런 놈들이 마을의 뒷산으로 몰려든다.
_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의 20p 중에서

장면 하나를 쓰더라도 실감 나게,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김영하 작가의 큰 장점이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인 [작별 인사] [검은 꽃]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위 두 구절을 이 장점이 잘 돋보이는 대표적인 예시로 가지고 와 보았다.


작가 본인의 개성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새로운 스토리의 소설을 창작하는 것, 이는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에 속한다. 그러나 나는 종종 이 작업만으로 소설을 창작했을 땐 조금 아쉬운 구석이 존재하진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한다. 누가 읽어도 한 번에 이해하기 쉬운 내용의 소설이라면 모를까, 만약 어떤 독자들에겐 다소 내용을 이해하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소설이라면, 그 독자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이 시도의 종류 중 하나를

상황 묘사에 힘쓰기.

라고 소개해 보고자 한다.

위에서 예로 들은 두 구절처럼. 혹은 소설을 포함한 여러 장르의 글에서 묘사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모든 작가님들처럼.


상황을 묘사하는 것은 즉, 독자들이 머릿속에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지름길이라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표현이 자세하고 실감 날 수록 독자는 장면을 더욱 자세하게 떠올려 볼 수가 있듯이. 작가가 글 한 문장을 쓰더라도 상황에 맞는 여러 표현들을 곁들이면 독자는 더욱 실감 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전의 반전을 담아낸, 그 속에 스릴러가 주는 공포를 섞어내서 한국 독자는 물론, 외국의 독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김영하 작가님의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그 속에서도 이 소설의 자세하고 풍부한 묘사의 힘이 발휘된 것이 한몫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의 모든 내용은 곧, 내가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에 반한 이유 중 하나에 속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에세이, 소설. 그리고 이 외의 문학에 대해 배우고 싶은 내용도, 앞으로 써보고 싶은 글도 너무 많은 사람. 그리고 그 과정 위에 서있는 동안에는 꾸준히 실감 나는 묘사를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포함한 김영하 작가님의 여러 작품들,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작가분들의 작품 속의 묘사들을 참고해서.


202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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