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라윤 Oct 17. 2023

그저 내가 성장할 수만 있다면

그 외에는 중요한 게 없었다.

그냥 모든 걸 버렸다.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연락하지도 답장도 하지 않았다. 가족들과도 연락을 안 했다. 친구는 아마 거의 8개월 후에 잠깐 전화통화를 한 것 같기도 하고 딱 한 번은 생일이라 2시간 정도 잠깐 만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만나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계약직인 상황도 그렇고 요즘 내가 어떻게 사는지 설명도 잘 안되기 때문이다.


다만 내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처음 계약직이었지만 구글에 들어갔을 때 친구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렇게 들어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 갔구나!”였다. 나는 정말 놀랐다.

“내가 그랬다고? 구글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고?” 나는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 왜냐면 구글이라는 회사는 내가 꿈조차 꿀 수 없는 곳인데 그런데를 가고 싶다고 내가 농담으로도 아니고 노래를 불렀다니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생각했는데 정말 내가 그랬단다. 내 기억이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랬나 보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적이 또 한 번 있다.


“난 집에서 못해주니까 유학은 못 가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일하면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우니 돈 없어도 되잖아. 외국에서 일할 수 있으면 사실 그게 제일 좋겠다.”


이것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영어를 못하고 학교에서 숙제를 내어주어도 다 못 읽어서 번역본으로 읽고 숙제도 반도 못 해갔었는데 영어로 일을하고 월급을 받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말이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은 매일같이 했고 말도 안되는 걸 알지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꿈꾸는 거니까 그런 소망을 친구들 사이에서 가망은 없는 걸 알면서도 꾸준히 하기는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결국 영어도 안 되는 내가 어떻게 싱가포르에 오게 되었다. 정말 지금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래도 내가 배운 건 생각하고 꿈꾸는 것에는 돈이 안 들고 꿈을 계속 간직하면 어떻게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노력하면 더 빨리 이루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그 생각만 해도 어떻게든 되더라. 허무맹랑한 소리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실제로 그랬다.


구글에서 계약직으로 잠도 줄여가며 매일을 보냈다. 힘들지 않으면 왠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매일 편두통이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두통은 최선을 다했다는 반증과도 같아서 좋았다. 그렇게 두텅은 매일같이 지속되었고 두통이 없는 날은 왠지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불안했다. 차라리 두통이 있는 것이 좋았다.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면서 화장실 거울에 포스트잇으로 붙여 놓았던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하라. 후회 없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감정은 바로 후회다.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되는 건 내가 실력이 있고 팀원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만 되는 것이 사실 아니다. 나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우리 팀만이 아니라 아시아퍼시픽 조직 전반적으로 성장권에 있어야 하고 그 와중에 우리팀이 headcount를 요구하고 다른 국가들도 요구하겠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그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이 난다고 해도 보통 자리 1개가 고작이다.  또 그렇게 자리가 나더라도 새로 생긴 그 포지션이 광고 성과 담당자의 scope으로 승인이 나고 (내가 하는 일로) 그 포지션의 레벨이 나의 경력과 맞아야 한다. 정말 수많은 다른 요소들이 그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결정했다. 불안하게 살바에야 되고 안되고는 신의 결정임을 인정하자. 다만, 내가 희망을 가지고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 만약 잘 안되면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너무 화가 나서 다 포기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내가 그렇게 되는 꼴을 나는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 스스로 한 점 부끄럼 없이 진짜 다 바쳤다라고 인정할 만큼 할 거다. 그렇게 했는데 안 되는 건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거니까. 그렇게하면 나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요령을 부린다면 그래서 결과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다면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무너질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망가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고 성장해서 조금은 나은 내가 된다면 정규직이 안된다 하더라도 나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Just hope this helps me to grow. 내가 성장하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한번 살아봤다.

                     

작가의 이전글 Why working moms outfor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