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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Dec 23. 2022

노인에 대한 소고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을 읽고 





너희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피부의 탄성이 줄어들고 얼굴에 주름이 패이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 늙을 운명이다. 다만 같은 노인이어도 누구는 사회의 존경을 받고 또 다른 누구는 멸시의 시선을 받는데, 개인이 갖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걷어낸 '노인 그 자체'를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예상컨대 그리 좋게만 생각하지는 않을 듯하다. 어느샌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지혜로운 모습보다는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진상의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인식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현대화가 덜 이루어진 사회일수록 노인의 위상과 역할은 높고 중요하다. 젊은이들은 육체적 능력보다 경험과 지혜, 노하우 등이 부족한데 바로 그것들을 노인들이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노인의 지혜를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도서관부터 인터넷, 온갖 검색엔진과 데이터베이스는 완벽하게 그들의 역할을 빼앗았고, 노인은 현대 사회 속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나는 아직 제대로 늙어 보지 않았으나 노인의 욕망이라고 해서 젊은이의 그것과 본질부터 다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불꽃의 크기는 예전과 다르겠지만 완전히 꺼지지 않았을진대, 노인은 욕망을 꺼내는 그 순간부터 멸시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돈을 밝히면 탐욕이고, 돈 쓰기에 궁색하면 수전노이며, 색을 밝히면 주책이다. 노인은 '나잇값'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요구되는 크기 또한 비례한다. 그들이 젊은이와 같은 행동을 해도 혈기와 패기로 포장되지 않고 다만 추하다고 인식될 뿐이다. 


  고도화된 사회는 노인에게도 여전한 힘과 건강을 부여한다. 좌식생활에 길들여진 젊은이보다 뛰어난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사회적 정년이 지났음에도 그들은 이전 시대의 노인들과는 다른 욕망과 열정이 남아 있다. 조금은 노인에 대한 인색한 시선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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