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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Dec 30. 2022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

육아



  아이를 기르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내 또래에 벌써 아이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아이는 볼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데, 얼핏 아이의 얼굴이나 표정에서 내 친구의 모습이 스칠 때면 많은 생각이 든다. 내가 모르는 친구의 소싯적이 저랬을까. 저 아이는 내 친구의 특징을 가지고 자라날 것이다. 육아에 관해 냉소적으로 생각한다면 호르몬 신호에 의한 종족번식의 일환에 불과하겠지만, 내 눈에는 나의 부모와 나를 닮은 또 다른 누군가를 세상에 마주하게끔 하는 일로 느껴진다.


  농담으로 결혼은 스스로 관에 들어가는 것이고, 아이는 관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못과 다름없다고들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사랑은 스스로 관에 들어갈 만큼 자유를 포기해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의 증명이고, 아이는 그 관계의 결속을 한층 더 두텁게 하는 요소이다. 기혼자는 미혼자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의식 세계가 차원이 다른 듯하다. 


  세상에 본디 나와 관련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상관관계를 띄는 것으로는 혈육밖에 없고, 그 혈육마저 부모와 형제는 일종의 불가항력처럼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 자식은 다르다. 한 생명을 내가 선택하고 관여한다는 점에서 자녀는 내 부모 형제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지켜야 할 대상은 동시에 나를 지켜야 할 이유가 된다. 나에게 모두를 책임질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질 때, 부모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 이해 안 될 만큼 과한 걱정도, 온건하게만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자식의 눈을 가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것이 당연하게 겪어야 되는 것들 일지라도, 내 자식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숨겨놓고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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