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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Mar 13. 2023

Sad Birthday To Me



  개인적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말에 이질감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나이에 따라 요구되는 행동가지  사회적 지위가 분명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정도가 해지는 곳이다. 스물 후반에서 서른쯤 되었으면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고 모아둔 돈도 얼마쯤 있어야 하며,  이상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직급에 어울리는 자동차,  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스물다섯을  오십, 서른을 반육십이라고 부르며 늙음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나라에서  나이를  먹는  날을 축하하는 걸까? 나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축하가 아닌 위로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배재하고 보아도 내게 생일은 기쁜 날이 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는  년을  나이로 살다가 생일 당일에 1살을  먹게 되지만 실제 육체는 그렇지 않고 매일 조금씩 노화한다. 그렇기에 내게 생일은 차곡차곡 쌓인 365 치의 노화를 체감하는 하루다. 어렸을 적에 구몬 숙제를 조금씩 밀리다가 걷잡을  없이 불어나는 것처럼, 생일은   전부터 지금까지 적립된 불성실이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게 생일은 어떤 식으로도 좋은 날이 되지 못하는데, 딱 하나 장점이 있다면 소원한 관계의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을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애매한 사이라도 생일은 그 사람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구실이 되어준다. 그런 면에서 생일선물은 여러 의미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대한 위로일 수도, 그리 친하지 않은 관계를 개선시켜 줄 안부일 수도 있고, 진심으로 함께해 줘서 고맙다는 표시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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