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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Jan 26. 2023

아버지



  ··· 가족들에게 세상을 안겨주고 싶었겠지. 다가오는 절망으로부터 아이들의 눈을 가려주고 아내의 손을 곱게만 두고 싶었겠지. 자식들이 초라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도록 혼자만의 것으로 삼고 싶었겠지. 당신은 특별하지 않기에 더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난 가끔씩 당신이 홀로 감당하는 슬픔을 생각한다. 


  소를 키우고 싶었던 당신은 30년이 넘는 시간을 공장에서 보냈다. 막상 해보니 내 일이 아니라고 느꼈거나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국가유공자인 할아버지는 노동할 수 없었으므로, 당장에 먹여살릴 부모가 있는 장남이었으므로, 당신은 가장이라는 책임과 의무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아빠의 젊음은 어디 있는가. 아빠의 검은 머리칼, 주름 없이 팽팽했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유난히 일머리가 좋고 냉정했던 당신은 요즈음 자주 아프다. 언젠가 퇴근길 차 안에서 했던 말. 젊어서는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늙어서는 어떻게 죽을지 고민한다는 그 말. 나와 당신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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