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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on Sep 16. 2022

문어가 있는 학교

이 동네는 코너를 돌때 거리를 걸을 때 

가끔씩 만나게 되는 동물이 있다. 


핑크색 문어 한마리. 


그 곳을 지날때면 영락없이 북적북적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왠지 모를 많은 것들이 뒤섞여 나는 복잡하고 희귀한 냄새가 난다. 

저 안에서는 오늘 과연 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고개를 들어 안을 쳐다 보았다가 다시 눈치를 보며 바닥을 보았다가 힐끔힐끔.

마법사의 주문은 오늘도 별탈이 없는 것인가. 


그곳을 지날때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곤한다. 


마법사가 엉뚱한 짓으로 소홀히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올바른 주문으로 세상의 진귀한 것들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인지,

공들인 것들은 영롱한 빛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투명망토라도 쓰고 들어가 도끼눈을 뜨고 확인을 해 봐야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래봐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람. 

지금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걸 확인해 봐야,

당장 광택이 날 기미가 안보이는 걸 눈으로 지켜봐야,

과연 무엇이 달라지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좋은 마법이 각자의 물건에 향기롭게 잘 스며들기를 바라는 것 뿐.

그리고 마음을 갈고 닦아 매일 내뿜는 물건들의 여러향기를 보듬으며 기다리는 일. 

그게 문어 앞을 서성거리며 내가 할 일인 것을...

오늘도 다시 애써 시선을 외면하며 그 앞을 지나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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