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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Sep 02. 2023

가을이 오나 보다

매년 맞이하는 설렘.



아직 한낮에는 여름의 열기가 한창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오나 보다.

어느샌가 낮 동안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를 밀어내고 찬 공기가 슬며시 집 안으로 들어와 종일 돌아가던 에어컨도 끄게 만들고, 잠자리에 든 한 밤에는 그동안 거들떠도 안 보던 이불을 끌어와 덮게 만들었다.

기후 변화로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온의 차이만 느껴질 뿐 봄, 여름, 가을, 겨울, 절기에 맞게 급변하는 날씨를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창 밖은 아직도 푸르르고 초록이 짙게 물들어있다.

작년과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우리 아파트 단지의 나무와 잔디들은 흡사 정글처럼 우거졌다.

하지만 이 푸르름도 언제 여름이었나 싶게 빨갛고 노랗게 물들겠지. 그리고 나뭇잎들은 이내 갈색빛으로 변해 차가운 가을바람에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겠지...

짙은 녹음의 여름 풍경을 좋아하지만 그 찐득하고 눅눅함을 품고 있는 여름이라는 계절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름이 가는 아쉬움보다는 그저 가을을 맞이할 설렘만 가득하다.

어제 딸아이와 극장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5시의 하늘은 괜히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부서지는 파도처럼 휘몰아쳐 있었다. 햇빛은 아직 뜨거웠지만 바람이 솔솔 불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말랑말랑 작고 귀여운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아이도 나 만큼이나 가을이 오고 있음을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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