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진 Nov 16. 2023

늙어간다는 건…


내 나이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다.

4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려던 차에 나라에서 제동을 걸어주어 2년이 어려졌다.

덕분에 40대 중반에 2년 더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그깟 숫자가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막상 40대 중턱에 머무르는 순간부터 나이 세는 것에 둔해지고 내가 몇 살인지 잊어버리기까지 하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나이를 가리키는 숫자를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나름 동안이라는 소릴 듣고 사는 편이지만 나의 몸뚱이는 동안과는 거리가 멀다.

시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일할 때를 제외하곤 일상생활에선 안경을 잘 쓰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시력이 급격히 안 좋아져 안경을 새로 맞추러 안경점을 찾았다. 그런데 내 나이를 묻더니 노안이 찾아왔다고 한다. 처음엔 노안이라는 단어에 적잖은 당혹스러움과 언짢은 기분마저 들었다.

‘뭐라고? 내가 벌써 노안이라고?? 말도 안 돼…’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의 모습은 '어, 나 노안이야.'를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다.

책을 볼 때 쓰던 안경은 이마에 올리고, tv를 볼 때는 또 다른 안경을 써야 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된 기분이었다. 안경 두 개를 번갈아 쓰는 일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노화는 눈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차례대로 이상 신호를 알렸다.

소화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위장 장애를 겪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체력도 급격히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피로감이 밀려왔다.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는 것이 더 방치했다가는 금세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때까지만 해도 걱정 리스트에 없던 건강이 40대에 들어서자 걱정 리스트의 제일 첫 번째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작년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보니 요즘 사람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다들 자기 관리에 열심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학원엔 60세를 훌쩍 넘기신 분들이 몇 분 계신데, 나 보다 유연성과 근력이 좋으셨다.

어린 시절 나름 날렵함과 유연함으로 학교 체조부를 기웃거려 보기도 했던 내가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지 20년이 넘다 보니 내 몸뚱이는 통나무와 다를 바 없었다. 뻣뻣해진 몸뚱이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다음 날이 되면 온몸의 뻐근한 통증과 함께 눈을 떴다. 나의 몸뚱이는 60세가 넘은 어르신들의 체력보다 못한 비루한 몸뚱이가 되어 있었다. 부끄러움이 발끝부터 밀려 올라왔다.

마음은 언제나 내 몸이 리즈 시절이었던 시간에 멈춰있었다.

아직도 그때처럼 유연하고 날렵하고 생기 있다고 착각하지만 막상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어르신들의 단골 멘트가 이렇게나 와닿을 나이가 되었다니...

서글프지만 어차피 겪는 노화, 곱게 자-알 늙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 사용설명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