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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Aug 11. 2023

5. 화상영어

생존전략

몇 개월 전부터


딸아이가 집에서 화상영어를 시작했다.

이제 초등 고학년에 접어들었는데 따로 영어 학원을 다니거나 하지 않고, 또 아이가 학원 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아 집에서 원어민 선생님과 주 2회 20분씩 짧게 수업을 한다.

아이 레벨에 맞추어 진행되는 수업이라 어느 정도는 알아듣고 대답은 하지만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게 대부분이다.

수업 전 선생님께서 간단하게 오늘 기분은 어떤지, 학교에서는 뭘 했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오늘은 예상치 못하게 저녁은 뭘 먹었는지 물어봤다.

한참을 고민하던 딸이 샐러드라고 대답했다.

“응?? 샐러드?? 무슨 샐러드??”

내가 너무 의아해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된장찌개라고 말하면 선생님이 뭔지 몰라서 계속 sorry? 하고 물을 거 같아서 샐러드라고 대답했어. “

선생님의 질문이 길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자신만의 생존전략이었다. 좀 어이없긴 했지만 자기만의 방식을 존중하기로 했다.

딸아이는 그다음 수업에는 곱창을 먹었지만 피자를 먹었다고 하고, 그다음 수업에는 탕수육을 먹었지만 미트를 먹었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나름 계산된 대답에 원어민 선생님의 저녁 식사에 대한 추가 질문 없이 수업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나 역시 대답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결론과 언젠가 된장찌개가 뭔지 곱창이 뭔지 선생님께 설명해 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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