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nburgh(에든버러) 도착 후,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고 필요한 촬영장비만 챙겨서 다시 길을 떠났다.
Canon 400D로 시작한 DSLR은 Sony A850에 칠공자와 여친렌즈 조합에서 멈추어 버렸다.
중형으로 넘어갈지 미러리스로 갈아탈지 고민하던 중 이어지는 작업들로 지쳐버려 더 이상 사진을 찍고 싶은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SNS를 시작한 지 이제 일 년이 되어간 지금은 반대로 어떻게 현재 내가 있는 이곳을 예쁘게 담아낼지 생각하고 고민한다. 확실히 카메라의 필요성은 느껴지지만, 어떻게든 핸드폰의 스냅과 드론촬영과 360° 카메라로버티며 지내는 중이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우선 그 도시가 건네는 이야기에주목한다. 주로 워킹으로 도시의 골목골목을 다니는 걸좋아하는지라, 눈으로 거리를 살피며 도시의 구성과 색감에 주목한다. 이 때는 주로 핸드폰 카메라로 간단한스냅사진을 찍으며 무엇을 다시 보고, 어디에 갈지를 마음속으로 결정한다.
이렇게 기본 Rout Finding(루트파인딩)이 끝나면 사람들이 주목받지 않는 곳을 찾고, 거기에서 조용히 드론을 올린다. 지난 회에 말한 것처럼 드론 금지 구역은 100초 이내에 자동착륙이 되어 있게끔 설정되고,
전파 차단등을 통해 컨트롤러와 드론 간의 교신을 방해하기도 한다.
참고로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곳에선 하지 않는 것이 이로우며, 적발 시 큰 과태료를 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에든버러 성의 경우는 드론비행을 엄격히 금지하며, 허가되지 않은 촬영에 한해 £200 벌금을 내야 한다.
드론 촬영이 끝나면 지금부턴 조금 부끄러운 시간이 다가온다. 360° 카메라로 도시 곳곳을 다시 걸어 다니며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한다.
이때 나는 매우 긴 스틱(3M)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스틱의 높이로 인해 도시를 담아내는 시야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3M 스틱을 어깨에 메고 가면 기본 4m 50cm 이상의 존재가 걸어 다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람들 눈에 주목을 받게 된다.
이 부끄러움과 주목을 견뎌내야지 비로소 결과물을 가지고 보정을 하고 내 주제를 담아낼 수 있게 된다.
360° 카메라의 유일한 장점은 촬영할 때 어깨에 메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된다. 보통 내가 무언가를 촬영할 땐, 내가 담고자 하는 피사체에 화각을 맞추어 셔터를 누르는 일반 형식의 촬영한다.
그런데 이 카메라는 모든 순간을 담아내기 때문에 그냥들고 다니면 되지만, 정작 문제는 그 이후의 편집과 후보정, 필름메이킹이 너무 복잡하단 단점이 있다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KXS의 ‘걸어서 세X속으로’의 작가님들처럼, 어떻게 이 도시를 소개하고 담아낼지가 기쁨이며 여행의 묘미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가는 여행보단 혼자 자유로이 여행하는 편이 내게는 더 알맞다.
문제는 이번 첫 번째 여행이 에든버러였다는 점에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아일랜드의 날씨와 비슷하며 어떤 면에선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오죽하면 그날 저녁 방문했던 Johnnie Walker Whisky Tour(조니워커 위스키투어) 중 발견했던 어록 중 다음과 같은 게 있을 정도이다.
우선 비가 내리지 않았다. 천만다행이었다. 또한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았다. 그랬더니 마음이 급해졌다.
바로 하늘을 날기 위한 첫 번째 조건(비와 바람)이 허락되었던 것이다.
보통이라면 루트파인딩을 통해 지형지물을 보고 드론을 날리는데 이날은 그 과정이 생략되었다. Old City(구도심) 근처 공원에서 드론을 이륙시키고 컨트롤러의 화면을 바라보다 촬영이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전파방해가 제법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드론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XX교회 첨탑과 드론이 충돌했다.
아! 이때의 좌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측면충돌은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정면충돌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내게 좌절감을 선사했다. 드론에서 수리비용이 가장 비싼 부품 중 하나가 카메라와 짐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파방해로 드론과 컨트롤러 사이에 20초 정도 교신이 중단되었지만, 충돌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드론은 교회 첨탑에 걸려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 난 배터리를 끝까지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난 회에서도 말했지만 20프로 미만이 되면 컨트롤러에서 경고음이 크게 나고, 곧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보통 배터리가 35프로 남은 시점에서 드론을 회수를 시도하려고 노력한다.
아직 배터리는 남아있고 드론은 움직이지 않고 교회 첨탑 밑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녔기에 그 순간 내 머릿속 판단이 복잡해졌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체가 있는 곳으로 향하다 혹시나 해서 Return-to-Home (리턴투홈: 이륙한 지점으로 다시 드론을 불러들이는 방식) 버튼을 재차 다시 눌렀더니 꼼짝하지 않았던 기체가 기적적으로 다시 움직이는 것이었다. 몇 가지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 받고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기체를 회수할 수 있었다.
부서진 기체를 보고 짜증과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문제가 해결된것으로 다행이었다.
잠시 후에 바로 이어서 죠니워커 위스키 투어가 진행되었는데 온전히 즐기기엔 사고의 잔상이 남아있었고,
꼭 촬영해야 할 York(요크)의 하늘이 마음속에서 아른거렸다.
그런데 Champions League Group F조 경기를 보러 Newcastle(뉴캐슬)에 도착했는데, 이때 또 한 번의 기적이 이루어졌다. 혹시나 해서 부서진 드론을 이륙해보았는데 비록 온전치는 않더라도 비행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기체의 떨림이 심하고 날개도 온전치 않아서 고도 비행은 어렵지만, 그래도 아주 미세하게나마 하늘 영상을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부디 Sahara Desert(사하라사막)까지만 버텨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제 역할은 다했기에 네 번째 드론을 바라보면 기특한 마음이 든다.
남아있는 기간 최대한 수리하고 보완해서 활용하고 국제소포 EMS로 한국으로 보내려 한다. 서비스 정책이 구입한 나라에서만 수리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지 유럽에서는 불가능하다.
여하튼 부서진 기체를 무사히 회수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영상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렇게남은 영국에서의 여행을 즐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