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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Jul 22. 2023

그래서 Ireland(아일랜드)

“왜 Alaska(알래스카) 가려는 분이 영어공부를 여기서하나요?”

내가 아일랜드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이전 3편의 글을 통해 Why(왜), How(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적었지만,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회사에서 보내주는 대로 왔습니다! “가 정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담당부서에

“왜 아일랜드예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실망하고 때론 다치게 된다는 것이 슬기로운 회사 생활 경험이었다.






같은 대답을 계속하다가 색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보았다.

“누군가 왜 아일랜드에 왔어요?”라고 물어보았을 때,

우아하고 지적이게 말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



“Ulysses(율리시즈)와 Dubliners(더블린 사람들)의 저자 James Joyce(제임스 조이스)의 책을 읽으면서 그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 정서를 공감하고 향기를 맡고싶어서 왔습니다. “라고 말이다.


물론 한 번도 이렇게 대답한 적은 없다.

내 목소리도 흔들릴 테고, 듣는 사람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I can resist everything except temptation난 그 어떠한 것도 견딜 수 있다.
딱 하나, 유혹만 빼고!”




Marrion(메리언) 공원에 기대어 앉아있는 Oscar Wilde(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다.

한 번 펍에서 오스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2시간가까이 옆자리 할아버지 이야기를 경청해야 했다.

그날 결심했다. 맑은 광인의 눈을 갖고 아일랜드에선 문학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기로!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Guiness(기네스) 맥주이다. 하지만, 오늘 계속 비를 맞았기에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자 한다.

이곳 아일랜드의 비는 하루에 내리고 그치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다시 말해 그냥 평범한 일상이다.

그래서 해가 비치는 그 순간엔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된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고 느낄 때,
감사함이 저절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아일랜드에서 현지인과 타지인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우산을 쓰느냐, 쓰지 않느냐로 구분한다.

슬의생의 천사 송화 선생님처럼 비 내리는 건 좋지만 비 맞는 건 정말 싫어하는 나 조차도,

어느새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 게 일상화되었다.

비를 맞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곧 그친다.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는 놀라운 기적이다.

그게 싫어서 몇 번이나 도서관이나 마트에서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그땐 비가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에어컨을 본 적이 없다.

강의실은 물론 도서관, 은행, 기숙사 등 어디에도 없다.

지금 남부 유럽은 40도 가까이 올라가 극심한 더위임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학교엔 스페인이나 이태리에서 더위를 피해 온 학생들도 더러 있다.  


또한 신기했던 게 방충망이 그 어디에도 없다.

모기가 없다는 말을 당연히 안 믿었지만, 이제 3개월이지나가는데 아직 본 적이 없다. 다만 꼭대기 층이기에 문을 열어두면 꿀벌이 자주 들어왔다 나가곤 한다.

말벌이 아니기에 반갑지만 그래도 어서 나가주기를 기도한다.

6월이 가장 더웠기에 7, 8월이 두려워져 선풍기를 구입했는데, 여기 사람들 말처럼 7월이 되자 더위가 점차무뎌졌다.


 

선선한 날씨는 고맙지만, 하루에 4계절을 체험하는 날도 더러 있다. 이른 아침엔 추워서 패딩조끼를 입다가도 오후엔 반팔로 갈아입고 저녁엔 다시 바람막이를 입는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

그래서 비 내리면 뒤집어쓸 수 있는 Hood T(후드 티)가 생각보다 편하다. 여름엔 해가 길어 밤11시까지 이어지지만, 반대로 겨울이면 오후 3시가 지나면 해가 섯서히 진다고 한다.





비가 내리고 일찍 해가지니 당연히 Pup(펍)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펍엔 아일랜드 대표 맥주인 기네스가 있다.

기네스북을 발행하는 맥주 회사 공장이 더블린에 있다.  

동네 근처 어떤 펍에 가더라도 기네스만큼은 부산 동백섬에 있는 그 호텔 반가격으로 더 묵직하고 청량감 넘치게 마실 수 있다.



기네스 가격은 치밀하고 섬세했다.

더블린 사람들이 가지 않는 Temple Bar(템플바) 지역을 제외하곤, 생맥주 파인트(568ml) 1잔이 9천 원 내외이고, 편의점에서 마시는 맥주 1캔의 가격이 약 4천 원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맥주는 펍에 가서 마시는 게 정답이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펍을 향해발걸음을 옮긴다.


한 잔의 기네스 맥주는 그래도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큰 위로를 전해 준다.

첫 잔의 Creamy(크림 같은) 거품에 윗입술이 닿으면 그 부드러운 촉촉함과 달콤함의 조합이 모태솔로인

나에게도 짝사랑했던 그녀를 5초간 회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빌어준다.








이렇게 한 잔의 파인트는 위로를 전해주기도 하고,

추억을 그리기도 하며, 때론 놀라운 영감과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

맥주 공장에서 바로 전달된 시원한 흑맥주 한잔을 마시며,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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